[버터] 라꽁비에뜨-소금의 매서운 손길

요즘 잘나간다는 라꽁비에뜨 버터를 먹어보았다. 무염은 품절이라 바로 살 수 있는 가염을 주문했는데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버터 자체가 맛있는 건 확실한데 소금이 맛을 채 느끼기도 전에 여운을 확 잘라버린다. ‘오오, 돈값 하는구나 풍성한데…’라는 감동이 북받쳐 오르기가 무섭게 소금의 매서운 손길이 버터의 꼬리를 사정없이 내리친다. 애초에 선택권이 없어서 확인을 하지 않았는데, 맛을 보고 아차 싶어 포장을 확인해 보니 소금의 양이 무게 대비 1.9퍼센트였다. 이러면 확실히 짜게 느껴진다.

그저그런 스위트크림은 가염이 아니면 그냥 먹기 느끼할 수도 있지만, 발효 버터가 그런 경우는 정말 드물다. 애초에 발효로 맛의 표정이 다채로워지는 동시에 가벼워져서 소금 없이도 무겁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가 소금이 맛을 느끼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 브르타뉴 지방의 페이장 브레통이 지금껏 먹은 가염 버터 가운데 가장 짰는데 라꽁비에트도 뒤지지 않는다. 기억이 맞다면 프랑스산은 정도의 차이만 좀 있을 뿐이지 가염이었을때 더 맛있는 제품은 없었다. 사실 맛있지 않은 스위트크림은 가염도 그다지 맛있지 않다는 사실까지 전부 뭉뚱그려 생각해 보면 요즘은 그냥 무염버터만 선택해도 손해보는 것 같지는 않다.

가격이 에쉬레와 막상막하라서 매일 먹는다면 일상의 버터로 쓰기엔 부담스럽다. 그러나 버터를 좋아하는 이라면 라꽁비에뜨든 뭐든 안 먹어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럴 때에는 ‘가성비로 루어팍이 최고’라는 사실을 머릿속에 새겨 대량을 주문해 냉동실에 쟁여두고, 이런 궁금한 버터들을 소량으로 사서 맛을 보면 된다. 그래봐야 절대적으로는 엄청나게 비싸지 않을 뿐더러, 버터는 생수와 더불어 적은 비용으로도 다양한 제품을 먹어 경험치를 늘릴 수 있는 음식 혹은 식재료이기도 하다. 따라서 음식과 맛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부지런히 먹어볼 것을 권한다. 루어팍-혹은 무엇이든 상대적으로 비싸지 않은 유럽풍 발표버터-을 상비하고 있다면 다른 어떤 버터를 먹어보더라도 즉각 비교가 가능해 작은 기회로도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