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의 모에화를 경계하라

방송 촬영으로 지옥 같은 일주일을 보내는 가운데 인현시장 먹자골목에서 귀여운 진로 두꺼비를 발견하고 사진을 찍었다. 지난 주에는 진로 두꺼비 인형을 사려다가 잠시 뒤로 미뤄 두기도 했다. 트위터 프로필 사진마저 두꺼비로 교체를 했지만 사실은 좀 찜찜하다. 소주가 이렇게 귀여워지는 걸 경계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안 그런 상품이 어디 있겠느냐만, 술과 담배 같은 유독 및 중독성 기호식품은 소비자와의 거리를 좁히려 늘 애쓴다. 진로두꺼비처럼 귀엽거나 재미있는 마스코트를 쓰거나, 해당 제품을 써 이룰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그야말로 ‘폼 나게’ 그려 제시한다. 적절하게 소비할 수 있다면야 귀엽고 재미있고 폼 나는 게 무슨 문제겠느냐만 대체로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없는 수준까지 이르기 때문에 문제다. 진로두꺼비의 귀여움에 이끌렸다가 그 두툼한 손을 잡고 그대로 저승길로 가버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왠지 요즘의 그라면 사람을 저승길로 이끌고도 시치미를 뚝 딸 것 같다).

어떤 브랜드의 술이나 담배에게도 잠재적인 위험이 따르는 가운데, 역시 한국이라면 단연 소주의 모에화를 경계해야 한다. 지금껏 말해왔던 것처럼, 한국에서 가장 위험한 기호식품이기 때문이다. 소주는 싸고 더럽게 취하는 가운데 사실은 역하지만 양념에 파묻혀 매운맛과 단맛을 폭풍 발산하는 현재의 한국 음식과 너무 잘 어울린다. 그래서 귀엽지 않아도 과소비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이처럼 크고 촉촉한 눈망울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으니 마시지 않고 버틸 재간이 없어보인다.

근 10년 전, 박찬일 셰프와 이야기하다가 물었다. 두꺼비가 이렇게 귀여운데 왜 진로에서는 굳즈를 활용한 홍보를 하지 않는 것 것 같느냐고. 그는 ‘소주 때문에 쓰러진 사람이 수두룩할 테니 그렇게 홍보하면 반발이 크지 않겠느냐?’라고 의견을 밝혔는데 이제 그 단계를 넘어선 것 같다. 당시 단순한 그래픽의 2차원 엠블렘이었던 두꺼비는 이제 살아 움직이는 3차원 캐릭터로 진화했다. 소주의 모에화를 경계하지 않다가는 10년 뒤, 궤짝을 등에 멘 두꺼비가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공짜 소주를 돌릴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