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표 농축 육수와 국물의 차원
지난 주에 연두의 리뷰를 썼는데 내가 진짜라고 생각하는 제품은 사실 이 농축 육수 제품군(6개 1상자 4,500원 안팎)이다. 사진으로 볼 수 있듯 사골과 채소, 멸치 육수에 관심이 없어 사지 않은 짬뽕 육수도 있다. 일단 골고루 맛을 본 결과 농축액과 소금 외에 맛을 보태는 재료가 없는 사골 육수는 95점, ‘식물성 콩 발효액’ 등으로 연두를 첨가한 나머지 둘은 75점쯤 된다. 감점 사유는 연두의 평가와 일맥상통한다.
비닐 파우치나 테트라팩에 담긴 비농축 육수 제품군이 이미 마트의 진열대를 꿰차고 있는 현실이지만 농축액이라면 이야기가 또 달라진다. 아무래도 비농축 제품군이 부피를 더 많이 차지하며 경우에 따라 냉장보관도 해야하는 등 유지관리에 좀 더 신경이 쓰이기 때문이다.
한식이 국물의 중요성을 얼마나 강조하는지, 또한 라면 스프의 형식으로 인스턴트 국물이 대체 몇십 년째 우리 가까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면 이런 제품의 출현은 늦어도 한참 늦은 감이 있다. 물론 ‘천연 조미료’라는 이름으로 멸치나 새우 등 각종 육수 재료의 가루가 별도의 형식 및 제품군으로 자리잡았지만 맛의 세기 등을 감안하면 이쪽이 훨씬 효율적이다.
서양 요리가 맛의 바탕으로 아주 빈번하게 닭육수를 소환하고 큐브나 농축액의 제품군이 간편하게 응대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런 제품군의 출현은 궁극적으로 국물의 차원을 한두 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다. 빈한한 재료의 양을 늘리는 수단으로의 국물이 생활 수준이 나아지면서 좀 더 맛과 풍요로움을 추구하는 차원으로 격상되었다면, 대량조리로 조리 주체의 수고를 거의 전량 덜어주는 한편 원하는 만큼 물 대신 써 모든 조리에서 맛을 한 켜 덧씌울 수 있는 수단으로서의 국물로 올라설 수 있는 것이다.
*사족: 물의 기준량이 350ml인데 좀 어중간하다. 대체로 500ml가 표준이고 라면 국물도 500~550ml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