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얼죽아’ 대세 분석
월요일 오전마다 미팅이 있어서 어딘가에 가는데, 건물의 빽다방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산다. 요즘 표현으로 ‘얼죽아’인 셈인데, 굳이 얼음을 잔뜩 쓴 차가운 커피를 마시고 싶지 않지만 대안이 없다. 대부분의 경우 대척점에 따뜻하지 않은, 뜨거운 아메리카노가 있기 때문이다.
차가운 음료는 마시면 더 춥게 느껴질지언정 입을 대거나 넘기기에는 편한데, 뜨거운 음료는 그렇지 않다. 설사 입을 데지는 않더라도 식도가 아플 정도로 온도가 높고, 날씨가 요즘처럼 춥더라도 금방 편하게 마실 수 있을 정도로 잘 내려가지도 않는다. 더군다나 일단 온도가 내려가기 시작하면 금방 미지근해진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계속 고르고 있다.
이런 내 경험을 일반론으로 확장할 수 있을까? 어제 연합뉴스의 기사를 읽고 생각했다. 사실은 이상한 기사이다. ”얼죽아’가 대세’라는 제목을 달고 나오기는 했지만 겨울철 음료 소비에 대한 정보는 하나도 없다. 이디야의 소비패턴 5년치를 분석해보니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더 잘 팔렸다고는 하지만 겨울 이야기는 없고 여름철 온도가 높아서 그런 것 같다는, 시원치 않은 분석만 한 줄 달렸을 뿐이다.
만약 현재, 그러니까 겨울에 실제로 ‘얼죽아’를 표방하는 이들이 많아서 아이스커피가 더 잘 팔린다면 이유는 무엇일까? 실제로 뜨거운 아메리카노보다 차가운 게 바로 먹기 더 편하기 때문은 아닐까? 코로나 시국으로 인한 거리두기 때문에 카페에 앉아서 음료를 마실 수 없는 요즘이다. 예전처럼 원하는 만큼 앉아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음료의 온도가 내려가는 동안 대화도 나누고 다른 행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텐데 공간 자체를 쓸 수 없어졌다.
따라서 정말 마시기 위한 용도로만 음료를 사다 보니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온도를 갖춘 쪽을 고르고 싶으나 사실은 그런 게 없고 양 극단만 있으므로 어쩔 수 없이 아이스 커피를 고르면서 너도나도 원치 않지만 ‘얼죽아’가 되어간다… 라고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사족 1: 애매모호한 기준 탓에 거리두기가 2단계 이상 올라갈 경우 카페는 포장 영업만 할 수 있는 현실은 뭔가 잘못됐다. 심지어 휴계음식점이 아닌 일반음식점으로 영업 허가를 낸 곳도 예외가 없다. 공동의 음식이 올라올 가능성이 더 높은 음식점은 영업이 가능한데 주로 개인용인 음료 위주인 카페는 왜 안 되는 걸까? 일전에 광화문에 나갔는데 스타벅스는 포장만 되지만 옆의 셰이크앤섁은 영업을 하는 상황이 뭔가 기묘하고 앞뒤가 맞지 않았다.
*사족 2: ‘연합뉴스 얼죽아’로 검색해보니 심지어 가을에도 ‘대세는 ‘얼죽아’… 가을에도 아이스음료 인기‘라는 기사를 냈다. 내용은 그냥 홍보. 어제의 기사 또한 이디야 홍보용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