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컬리와 아마존

테크 기업이 높은 기업의 가치에 비해 일자리를 적게 생성하는 게 세계적으로 문제이며 아마존을 포함한 ‘빅 4(구글, 페이스북, 애플)’를 이제 해체 해야 한다는 담론까지 나오는 현실이다. 그런데 해당부서의 장관이 ‘기업 육성의 궁극적인 목표가 아마존 되기’라는 식의 발언을 하다니.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인터뷰에서 ‘마켓 컬리가 세계에서 통하면 아마존처럼 될 수 있다’라는 구절을 읽고 답답해졌다. 어쩌면 그저 생각 없이 뱉은 한 마디일 수도 있겠지만 현실과 너무 동떨어졌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마켓 컬리가 세계에서 통할 능력을 갖추지 못해서? 거기까지 생각해볼 필요조차 없다. 아마존이 하나로도 너무 많다.

마켓 컬리가 정확하게 성공 및 성장 중이라고 말하기도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봐야 느는 일자리는 비정규직 물류 관련 직종일 가능성이 높다. 직원이 쓰러졌을 때 구급차를 부르는 비용이 더 적게 들어 물류 센터에 냉방을 설치하지 않는다는 아마존의 대응을 한국의 기업이 답습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이미 SNS에서는 쿠팡 물류 센터에 냉방이 설치되지 않아 일하기 힘들다는 근무자의 증언이 돌았다).

그리고 마켓 컬리에게는 기술과 별개의 문제가 있다. 상품, 특히 차별화에 가장 큰 역할을 맡는 샛별 배송으로 받아야 의미가 있을 신선식품의 질이 좋지 않다. 기술이 검수나 유통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아무리 설파해도 나에게는 설득력이 별로 없다.

마켓 컬리가 출범 당시 질 좋은 식재료의 보급을 목표로 내세웠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현재는 좀 극단적으로 말해 존재의 가치나 의미가 있는지조차 의구심이 든다. 건강 보조제와 반조리 식품과 프랑스 공장빵 사이에 신선 식품이 가까스로 구색을 갖추고 있는 현재 마켓 컬리의 모습은 창업주가 미국에서의 경험과 홀푸즈를 들먹이며 내세웠던 비전과 너무 거리가 멀어서 감정이입이 될 지경이다. 슬퍼진다는 말이다.

비슷한 수준의 배송 시스템을 갖춘 대형 마트가 있으며 생산자는 오픈 마켓에서 소비자와 직거래한다. 기대치를 낮춘다면 가격 역시 낮춘 식재료를 마트에서 받을 수 있고, 샛별 배송으로 받아야 할 만큼 급한 물건이 아니라면 만 하루 만에 좀 더 질이 좋은 물건을 택배로 받을 수 있다.

나는 백화점까지 포함한 식재료의 지평에서 과연 컬리가 한정될 수 밖에 없는 고급 식재료를 확보할 수 있을 만큼의 ‘바잉 파워’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외출을 자제하면서 컬리에서 집중 구매를 해보았는데 신선 식품은 백화점 가격에 마트보다 조금 질이 나은 수준이었다. 과연 이러한 식재료의 수준 문제가 기술로 극복 가능한 것일까? 어떤 기술을 내세우더라도 궁극적으로 제조와 생산을 책임질 수 없는 것이라면 얼마 만큼의 의미가 있을까?

*사족: 개선했다고 말하지만 마켓 컬리의 제품 포장은 아직도 아쉽다. 상자 하나에 덜렁 국수 한 봉지가 담겨 왔을 때의 황당함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