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2-장갑

UNADJUSTEDNONRAW_thumb_a5ce

주말에 하루는 외출하려고 애쓰고 있다. 무엇을 하든 아무 소용이 없다는 허무함을 뚫고 다만 어떤 것이라도 해보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특히 겨울철에는 5~6시 사이가 멘탈에 가장 취약한 시간대인데 그때 집에 안 있으려 애쓴다. 그 시간대에 집에 있으면 사람이 촛농처럼 녹아내리는 것 같다. 나는 사실 매일 녹아내리고 있다. 남대문 앞에서 보행신호를 기다리는데 온도에 비해 춥게 느껴져서 장갑을 생각했다. 장갑이 있다. 책장 위에 있다. 내가 옮기거나 쓴 책의 더미 위에 놓여 있다. 내용물을 확인은 해봤지만 아직도 상자에 담기고 또한 포장지에 싸인 채로 놓여 있다. 한여름부터 고민해왔다. 겨울이 오면 나는 저 장갑을 끼게 될까. 그리고 한겨울이 왔는데 아직까지 장갑은 같은 자리에 같은 상태로 있다. 아직도 겨울이 많이 남기는 했는데 잘 모르겠다. 한참 골랐으며 낀 채로 터치스크린을 쓸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아직 잘 모르겠다. 원래 나는 잃어버리는 게 두려워서라도 장갑만은 잘 끼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런 날씨라면. 보행신호가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확인했었는데 지금은 정확히 무슨 색깔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종이 포장을 풀고 상자를 열어서 확인할 엄두는 나지 않는다. 겨울은 아직 많이도 남았는데. When we both of us knew how the end always is. How the end always is. How the end always is. How the end always is. How the end always is.

How the end always 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