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9-낮술의 처참한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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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에만 해도 나는 아주 행복한 사람이었는데 화요일이 되자 불치병이 도져버린 사람처럼 절망을 느꼈다. 절대로 도망쳐 나갈 수 없는 감옥에 갇힌 기분이었다. 그런 가운데 원고의 소재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이 위스키를 꿀꺽꿀꺽 너무 달고 시원하게 마셔 나도 유지를 받들어보자며 낮술을 마셨다가 쫄딱 망했다. 나도 꿀꺽꿀꺽 달고 시원하게 마시면서 뭔가 쓰다가 쓰러져 잠들어 버렸는데 일어나보니 깜깜한 밤이었고 글은 개판이었다. 결국 다 뜯어서 다시 쓰다가 부끄러움과 현타가 동시에 찾아와서 잠들지도 일하지도 못하는 상태로 밥도 안 먹고 새벽까지 소파에서 뒹굴었다. 정신을 좀 차리고 밥을 지어 먹은 뒤 몇 시간 자고 일어나 원고를 마무리했지만 부끄러움은 가시지 않았고 원고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낮술이야 많이 마셔봤지만 마시면서 일을 해 본 적은 정말 처음인데 내가 어떤 막다른 골목 같은데 이르러 최소한의 규칙도 지키지 못한채 무너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염려했다. 사실 나는 그 전 토요일 아침에 산책을 나갔다가 단지 앞에 세워져 있는 택시를 보고는 그대로 잡아타고 어딘가 가버리고 싶은 충동에 시달렸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목적지를 고민하는 사이에 택시가 떠나버려서 행동에 옮기지 못했지만 도망치고 싶었다. 그러니까 도망쳐 온 곳에서도 도망쳐 버리고 싶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