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동] 아바디-평양냉면과 꼬막 비빔밥?

UNADJUSTEDNONRAW_thumb_9c27 먹고 난 뒤 유난히 기억이 안 나는 냉면이 있다. 먹으면 아주 자질구레한 요소라도 머릿속에 각인되기 마련이라 그걸 실마리 삼아 평가를 내리곤 하는데, 그냥 백지인 냉면이 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먹고 난 뒤 검색을 해보면 이런 냉면은 대체로 이제 막 사업을 전개하려는 프랜차이즈이거나 소위 ‘컨설턴트’의 산물이다. 딱히 인과관계가 성립될 이유가 없는 상황인데 신기하게도 그렇게 된다. 미리 알고 가서 심리적인 영향을 받는 것 아니냐고? 취재차 먹으러 가는 경우 먼저 정보를 찾아보지 않는다.

UNADJUSTEDNONRAW_thumb_9c26상도동의 ‘아바디’도 그랬다. 그럭저럭 먹을 수는 있었는데 이제는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 장점도 기억나지 않지만 단점도 마찬가지다. 굳이 첨언하자면 좌표의 0점에 있는 냉면이었다. 기준이 아니라 그냥 무미무취한 느낌이었다는 말이다. 물론 이런 무미무취함은 무삼면옥 같은 곳에서 의도적으로 좇는 가치와는 다르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너무 투명하게 다가온다는 의미이다. 그나마 분식점에서 파는 것처럼 형편없는 만두는 기억에 남았고, 평양냉면과 더불어 꼬막비빔밥 같은 음식마저 올라 있는 다양한 메뉴도 인상적이었다. 이게 뭔가 싶어 집에 와서 검색을 해보니 쌀국수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사업체가 낸 평양냉면집이었다.

과연 평양냉면과 꼬막비빔밥을 같이 먹고 싶을지 나는 잘 모르겠지만, 딱히 다른 선택지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동네의 대로변에 이것저것 먹을 수 있을 뿐더러 가족 모임을 할 수 있을 수준을 갖춘 음식점이라면 무해하지 않을까. 물론 이것도 평양냉면이라도 이렇게 더운 날씨에 ‘도장깨기’를 하러 다니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다를 것이다. 그들에게는 먹을 냉면 한 그릇이 줄었다는 안도감이 여기까지 가는 수고를 갈음하지 못해 불만스러울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이름처럼 더위를 식혀주는 음식이라면, 이곳의 냉면은 역할의 범위가 반경 1킬로미터 안팎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