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설눈- 한 번은 꼭 먹어봐야 할 냉면
그리하여 나는 작년과 올해에 출현한 곳 중심으로 다섯 군데의 평양냉면 전문점을 지난 주 한국일보에 간략히 소개했다. 그야말로 간략했으므로 덧붙일 혹은 쓰지 못한 말은 얼마든지 있다. 가장 많은 말을 쌓아둔 곳은 서초동의 ‘설눈’이다.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이곳의 냉면은 ‘메밀 껍질 가루를 섞어 만든 면+무삼면옥 육수’이다. 음식을 잘 만드는 기술과 맛을 잘 내는 기술은 별개일 수 있는데 이곳의 음식은 전자는 만족하나 후자는 만족하지 않는다.
혹자는 그게 가능한가? 의구심을 품을 수 있겠지만 충분히 가능하고, 설눈의 냉면이라면 ‘남한과 북한의 격차 탓이다’라고 규정해도 큰 무리일 것 같지 않다. 달리 말해 ‘요령은 있지만 지금까지의 여건에 받은 영향으로 맛은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쇠고기 1킬로그램을 물 100리터에 우리면 국물에서 맛이 날 수가 없다. 또한 맛도 과학과 기술에 빚을 지는 현실이니 발달이 덜 된 만큼 맛도 떨어진다.먹고 있다보면 ‘그런데 나는 왜 지금 여기에서 이걸…’이라는 어리둥절함이 밀려 온다.
핵심은 이렇다. 평양냉면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꼭 한 번은 먹어봐야 할 냉면이다. 그러나 그것이 그냥 처음일지 아니면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는 각자가 선택을 내려야 할 것이다. 나의 경우는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결론을 내렸는데, 무엇보다 이게 아니더라도 평양냉면을 넘어서 끼니 음식으로서 대안이 많고, 호기심 충족이라는 목적은 이뤘기 때문이다.
특히 남한의 평양냉면이 가짜고 평양의 평양냉면이 진짜라고 믿는 분들은 정말 꼭 드셔봐야 한다. 대체 왜 북한에서는 독한 식초를 국물도 아닌 면에 직접 뿌려서 먹는지, 꼭 체험하고 고민해봐야 한다. 분단 육십 여년 동안 벌어진 남북간의 격차를, 감정은 극복할 수 있을지 몰라도 혀는 못한다. 일상에 안착하기에는 여백이 너무 많은 냉면이다. 이 한 그릇이 다양성의 일부로 제 역할을 한다면 좋겠지만 그 반대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여서 썩 반갑지 않다.
*사족: 음식점에 텔레비전 좀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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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설눈의 냉면에 식초를 쳐 먹었다. 한국 음식점의 식초라는 게 무슨 맛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