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 진정한 맛집
그렇다, 진정한 맛집을 발견했다. 어제 한국일보 연재 마감을 넘기고 마포를 정처없이 걷다가 눈에 뜨인 아파트 단지 골목의 어느 중국집에서 삼선간짜장을 시켰다. 분명하고도 진정한 맛집이었으나 다만 시킨 삼선간짜장 덕분이 아니라는 점이 옥의 티였다. 한참 신나게 볶는 소리를 낸 뒤 식탁에 등장했을 때는 그럴싸해 보였다. 오, 오늘 맛집 하나 발굴하는 것인가? 그런데 분명히 부드러울 것처럼 보이는 면이 고무줄이었다. 먹다 보면 좀 풀리겠지 기대했으나 다 먹을 때까지 면은 고무줄의 일관성을 뚝심 있게 밀어 붙였다. 소리로 판단하건대 분명히 주문을 받고 볶았을 짜장은 지방을 거의 쓰지 않아 맛이 소극적인 가운데(고기는커녕 비계 한 조각도 발견할 수 없었다) 대왕오징어 조각들만이 맹렬하게 씹혔다. 거기에 양파 또한 참으로 신기하게도 가장 질겨질 시점까지만 정확하게 볶았으니, 소처럼 우적우적 씹어 먹으며 되새김질을 위한 위가 좀 더 있으면 참으로 좋겠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가운데 최악은 실온도 아니고 냉장고에서 갓 꺼낸 듯 차가운 대접이었다. 표면이 매끄러운 면에 지방이 없는 짜장을 차가운 대접에 담아 놓으니 전혀 어우러지지 않고 곧 냉짜장면이 되었다.
그런 가운데 이곳을 진정한 맛집으로 승화시켜 줄 진짜 주인공이 있었으니, 바로 생양파였다. 매운맛이 전혀 없는 가운데 사각사각 씹히며 가벼운 단맛을 내는 양파라니! 봄을 맞이하여 햇양파를 기리려는 의도였는지 인심도 후하게 접시에 수북히 쌓아 내준 생양파를 짜장에 찍어 먹으니 너무나 맛이 있어 대왕오징어 냉짜장 한 그릇 뚝딱 비우는 건 정말 더 이상 쉬울 수가 없었다. 정말 이렇게 맛있는 양파는 먹어본 적이 없다. 너무나도 맛있어서 주말 내로 재방문할 예정인데 알려지면 곤란하므로 상호는 밝히지 않겠다. 진정한 맛집은 아무와도 공유하고 싶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