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케이크와 케이크딸기
딸기 부페의 시대를 지나 이제 뭔가 일억년 간 딸기를 먹지 못했다가 며칠 전에 처음 발견해서 모두가 정신줄을 놓고 하루 세 끼 딸기만 아구아구 먹는 것 같은 분위기이다. 온갖 딸기 관련 제품이 나오는 가운데 세븐일레븐에만 한정으로 파는 루시카토의 딸기 케이크가 있다고 해서 동네를 뒤져 간신히 한 개를 찾아 먹어 보았다. 상품명은 분명히 딸기케이크가 맞지만 아무도 여기에서 엄청난 딸기맛을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가운데 나는 모든 켜가 무스 비슷한 것, 그러니까 힘주어 씹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이루어졌다는데 높은 점수를 주는 한 편, 그 모든 켜들이 색깔만 다를 뿐 맛의 차이 혹은 강도가 다르지 않다는 점에는 3,500원 만큼 실망했다. 무스고 뭐고 다 좋은데 가짜라도 좋으니 딸기잼을 켜로 넣어 주었다면 무슨 맛이든 단맛이 꼭지점을 쳐 주는 디저트로 완성되었을 거라 보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나는 이런 ‘케이크’가 싸고 맛이 별로 없을지언정 ‘케이크’라는 범주에 속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생딸기를 욱여 넣다 못해 약간의 케이크와 크림이 딸기지옥을 간신히 감싸고 있는 이런 것들보다 말이다. 이런 수준이라면 더 이상 ‘딸기 케이크’라고 부를 수 없고 ‘케이크 딸기’라 불러야 한다. 딸기가 부재료로 케이크에 맛을 보태주는 게 아니라, 반대로 케이크가 부재료로 딸기에 맛을 (사실은 역부족이지만) 보태주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정말 궁금해진다. 왜 굳이 케이크를 애써서 만드는 걸까? 그냥 주문을 받으면 생딸기 한 사발에 스폰지케이크와 생크림을 따로 내면 되지 않을까? 그 편이 노동력도 절감될 뿐더러 재료가 한데 모이면서 신선도가 떨어지지 않아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윈윈일 텐데 좀 이해가 안 된다. 물론 딸기밭을 대강 쌓아 놓고 케이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자체를 이해할 수가 없지만, 그래도 이런 케이크가 딸기 모양은 아닌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