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화목순대국-짠맛과 매운맛의 균형
다대기를 빼달라고 주문하면서 밝혔으나 국물은 여전히 빨간색이었다. 물론 의심의 여지 없이 펄펄 끓고 있었으니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했지만, 그 뒤로 맛 본 국물에서는 참으로 적절한 매운맛이 낫다. 한 입의 시간축 위에서 맨 끝에 살짝 스치고 곧 자취를 감추는, 기분 좋은 느낌이랄까. 따로 시킨 모둠을 맛보니 곧 이해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소화기관이라 이에 저항이 없을 정도까지는 분해되지 않은 오소리감투를 씹으니 짠물이 배어 나왔다. 다른 부위도 너나할 것 없이 간이 강했다.
그래서 부정적이었다는 말인가? 정반대로 만족스러웠다. 염도계를 가지고 다니지 않으니 수치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음 좀 짠가?’라는 기분이 들어야 국물 음식에서 만족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이 순댓국을 포함해 매운맛이 얽히거나 감칠맛이 떨어지는 한국의 국물 음식류의 취약점이기도 하다. 을지로의 산수갑산에서 어렵게 대기를 타고 먹고 난 뒤 무엇인가 만족스럽지 않았다면 간 때문일 수 있다. 혹시라도 그렇게 짜면 염분의 섭취 탓에 건강을 해치지 않는가…라고 회의한다면 국물 음식을 먹는 회수 자체를 줄이면 된다. 사실은 아주 간단한 문제이다. 현재 한국인의 식사에서는 간이 되어 있든 아니든 수분이 좀 더 빠져야 한다.
풋고추와 함께 나오는 파 흰 밑둥-매운맛이라고는 터럭 만큼도 깃들어 있지 않은-이 켜켜이 풀어지며 내는 단맛이 흥미로웠다. 간이 강하고 진득하게 익힌 탓에 정말 소주 안주로 제격일 것 같은 국물과 순대 고기 부속 등등 모두 재미있어 ‘한식의 ‘터프’한 맛이란 이런 것’이라고 외국인에게 내밀 대표로도 좋을 것 같다. 다만 옥의 티처럼 토렴이 아니더라도 푸석하고 맛이 없을 흑미밥이 상당히 큰 비중으로 만족도를 떨어트린다. 집에서 데우는 번거로움을 감수하더라도 포장해다가 고슬고슬한 흰밥을 말아 먹고 싶다는 충동마저 든다. 그도 아니면 편의점의 햇반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