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대한옥-음식과 세월과 비위생

IMG_8237여기에서도 줄을 서서 먹어야 한단 말인가. 오랜만에 대한옥에 갔는데 세 가지에 놀랐다. 말한 것처럼 일단 줄을 서야 한다는 데 놀랐고 식탁을 정말 너무 대강 닦는데 놀랐으며 화장실에 세면대가 없다는 데 또한 놀랐다.  그렇다면 음식은 어떤가? 이런 놀라움에 비하면 체면치레는 간신히 한다. 무엇보다 바탕이 되는 국물도 그렇고, ‘시그내쳐’ 메뉴인 꼬리 수육도 한식 또한 국물 음식치고 맛이 한편 놀랍도록 복잡하지 않다. 많은 한식-국물 음식-탕반이 짜내어 켜를 만들려다가 재료가 무엇인지도 알 수 없는, 또한 레토르트보다도 못한 국물을 만들어 내는 현실을 감안하면 차라리 멀걸지언정 욕심은 부리지 않는 이곳의 국물과 단맛보다 신맛 위주로 균형을 잡는 꼬리 수육 위의 부추 부침은 상대적으로 잘 만든 음식처럼 다가온다. (첨언하자면 김치는 사온 것 같은데 거의 먹을 수 없는 수준이고 신맛이 거의 없어 음식의 균형에도 영향을 못 미친다.)

그런데 위의 세 가지 놀라옴, 혹은 불편함이 생각할 수록 세게 각인된다. 줄서기야 어차피 음식점의 책임이 아니니까 그렇다고 치더라도 행주도, 식탁도 신용할 수 없는 비위생적인 환경은 굉장히 께름칙하다. 아직도 많은 한식당-밥집이 그렇지 않느냐고? 그러려니 여기는 것도 문제지만 행주로 대강 훔쳤는데 부추부침 쪼가리가 점점이 남아 있는 상태는 정말 곤란하다. 양념이 많고 뼈 등으로 완전히 손질하지 않는 한식의 특성을 감안하면 식탁의 위생을 위해 소독제(와 일회용 종이행주)를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입에 들어왔다 나온, 뼈를 비롯한 먹을 수 없는 부위를 식탁에 잔뜩 늘어 놓으며 먹은 뒤에 행주로만 대강 닦는다면 과연 안전할까?

더군다나 화장실에 세면대가 없으니 비위생적인 환경이 한층 더 악화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손을 안 씻는다고 난리인데 세면대가 없으면 일종의 면죄부를 제공하는 셈 아닐까? 세면대가 있어도 안 닦는데 없다면 과연 손을 닦을까? 화장실에서 손을 안 닦고 나온 다음 화장실 문과 식당의 입구를 거치고 난 다음 식탁에 앉아 물휴지로 손을 닦으면 괜찮은 걸까? 과연 이 모든 과정에서 손을 전혀 닦지 않은 사람이 공동수저통을 만질 가능성은 과연 얼마나 클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면 과연 음식을 먹으러 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까, 거의 자동적으로 회의하게 된다. 한편 이런 불편함을 자아내는 결정적인 요소가 세월이라면, 과연 어느 만큼 이해 혹은 용인해야 되는지도 의구심을 품게 된다. 일전에 맛만 따지면 괜찮은 한식당을 가서 ‘다음에 또 와야지’라고 생각했다가 화장실의 상태를 보고 바로 접은 적이 있다. 굳이 ‘노포’가 아니더라도 세월이 견뎌낸 음식점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지만 위생 같은 요인은 개선되지 않은 곳도 많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한국 음식 문화 전반에 걸쳐 맛의 수준을 단기간에 끌어 올리기가 어렵다면, 경험의 큰 그림 측면에서라도 단점을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그 많은 단점 가운데 거의 모든 경우에서 극복되어야 할 것이 바로 위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