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 떨어지는 맥도날드의 무인주문기

IMG_7013오랫동안 맥도날드의 무인주문기에 대해 생각해왔다. 한참 동안 매주 화요일 저녁으로 더블쿼터치즈파운더를 먹느라 적어도 매주 한 번(사실은 토요일 아침의 맥모닝까지 두 번)씩은 맥도날드에 가서 이 괴이한 무인주문기를 경험하고 고민했다. 이건 대체 뭐하는 기계인 걸까? 빠르지도 터치가 좋지도 상품이 잘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계산대에서 점원에게 구두로 전달할 때보다 더 오래 걸리는 주문 시간이다. 번거롭고 오래 걸린다. 이유가 뭘까? 전공자는 아니지만 UI/UX의 관점에서 오랫동안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거기까지 갈 문제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무인 키오스크는 주문의 숙련도를 방문객에게 외주한다. 일반적인 구두 주문 방식을 생각해보자. 카운터 뒤의 벽 위에 달린 메뉴의 번호 혹은 제품의 선택을 주문에게 구두로 전달하면 그가 기기에 입력해 주문이 주방으로 전달된다. 해당 주문에 맞는 버튼을 찾고 누른 뒤 결제까지 유도하는 과정 일체가 숙련된 혹은 급료를 받고 일하는 인력에 의해 처리된다. 무인 키오스크는 이 과정을 전부 소비자에게 떠넘기는데, 그렇다고 기기가 잘 반응하거나 주문의 흐름이 효율적이지도 않아 어려움을 안기고 시간도 많이 잡아 먹는다. 숙련을 위해 집중 교육 혹은 사용을 받거나 하는 것도 아니고 무인 키오스크를 이용한다고 보상을 주는 것도 아니다.

그럼 대체 소비자는 무엇을 위해 이 무신경하다 못해 퉁명스런 기기로 주문을 해야만 할까. 맥도날드라고 특정했지만 다른 프랜차이즈라고 사정이 다른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주문의 과정 혹은 위계를 짐작하기가 어렵다. 설계 자체가 아예 안 되어 있지는 않지만 시각적으로 차별화가 안 되어 있어 내가 원하는 제품이 1. 어떤 범주 혹은 쪽에 위치하는지, 2. 그 분류의 근거는 무엇인지 이해가 잘 가지 않을 뿐더러, 스크린의 크기에 비해 대체로 아이콘/상품 사진 및 글자가 작다.

이렇게 효율이 떨어지는 무인주문기를 설치해 놓은 가운데 왜 제대로 된 앱은 만들지 못하는 걸까? 맥도날드, 버거킹, KFC 가운데 스타벅스의 사이렌오더처럼 지점에 미리 주문한 뒤 방문해 찾아갈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KFC 한 군데이다. 나머지 두 곳의 앱은 배달 주문을 중심으로 별 의미 없는 장식적 기능을 몇 가지 박아 놓았다.

이런 상황이라면 대체 패스트푸드를 왜 먹어야 되는 걸까? 말 그대로 ‘패스트’ 푸드이므로 잘 만드는 것 만큼이나 빠르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효율이 떨어지는 무인주문기 따위로 인해 주문의 속도가 떨어지고 따라서 음식을 받기까지의 시간이 더 걸린다면 ‘빨리’를 위해 그 전까지 거치는 수 많은 과정의 의미가 바래는 것 아닐까? 다시 한 번, 불편한 과정을 거침으로써 소비자는 무슨 이득을 얻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