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의 꼬막비빔밥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음식이라면 어느 시점에서 코스트코에 ‘완조리’ 제품으로 등장한다. 그리하여 간만에 코스트코에 갔다가 발견한 꼬막비빔밥을 사왔다. 이 음식이 대체 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지 이해를 못하는 가운데, 코스트코의 완조리 음식이 그렇듯 완성도에는 빠지는 구석이 전혀 없었다.
몇몇 예외는 있지만 코스트코의 음식은 대체로 재료에 궁색하지 않은데, 꼬막비빔밥도 예외는 아니라서 간을 맞추려면 두 배 정도의 밥이 필요한 만큼의 꼬막무침이 딸려 온다. 밥 자체의 품질이 나쁘지는 않지만 이미 일부 양념이 묻은 데다가 차가워졌으므로, 간까지 감안한다면 차라리 ‘꼬막무침+햇반’ 같은 조합이 차가운 꼬막+따뜻한 밥의 온도 대조 때문에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니면 밥 짓기 자체가 그리 어렵지 않음을 감안한다면 꼬막무침만 파는 별도의 ‘옵션’도 괜찮을 것이다.
한편 군데군데 씹히는 오이고추의 아삭함이 훌륭했는데, 같은 결로 질감을 좀 더 보강하면서 균형까지 맞추고 싶다면 결국 쌉쌀한 맛의 쌈채소를 곁들이는 게 훨씬 더 바람직하다. 이렇게 따지기 시작하면 일이 자꾸 커져서 과연 음식을 사는 의미가 있나 회의가 밀려들기 시작하는데, 코스트코에서 파는 샌드위치류 등과 달리 꼬막비빔밥이 그 자체로 완결된 끼니이기가 어려움을 감안한다면 불가피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밥의 존재를 아예 무시하더라도 13,990원으로 4인까지 그럭저럭 먹을 수 있는 꼬막무침을 살 수 있다.
다음엔 밥도 새로 짓고 참기름이든 버터든 지방도 갖춰서 좀 더 맛있게 먹어 보고 싶은 가운데, 이해가 잘 가지 않는 구석이 둘 있었다. 첫 번째는 매운맛이다. 한국 음식에서 매운맛 빼면 뭐가 남느냐고 말할 사람들이 대다수이겠지만 나는 정말 이런 음식의 맛이 왜 통각으로 마무리지어져야 하는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다섯 가지 기본맛으로 충분히 꾸릴 수 있는 맛의 표정 어딘가의 공간에 습관적으로 자극으로서의 매운맛을 욱여 넣은 느낌이랄까. 꼬막의 매력이 철분과 얽히는 ‘짭쪼름함(brininess)’과 갯벌냄새임을 감안한다면 맛의 열쇠는 결이 비슷한 압축적인 짠맛이나 양조식초 외의 신맛이 쥐고 있지만 그런 사정을 감안해서 맛을 내는 경우는 거의 본 적이 없다. 한식은 매운맛의 공간을 정리해 다른 기본맛에게 좀 더 여지를 주어야 한다.
두 번째는 ‘비빔의 물리학’이다. 언젠가 글을 쓸 텐데, 이런 음식의 문법을 정의하는데 쓰이는 ‘비빔’이라는 용어데 대해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버무림’이라는 용어 혹은 문법이 따로 존재하는 가운데 ‘비빔’이 압력을 가하는 수준으로 구성요소를 섞는다는 뉘앙스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비빔밥’의 ‘비빔’이란 밥알까지 꼭꼭 눌러가면서 양념과 섞는다는 행위가 내포되어 있지 않는가? 만일 그 행위가 음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실제로는 양념 등등의 요소와 맛의 매개체-대체로 탄수화물-을 단순히 아우르기만 할 필요가 있다면 시중에 존재하는 이 모든 음식에 실제로 ‘비빔’이라는 단어를 적용할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닐까? ‘비빔’과 ‘버무림’을 구분하는 한편 현존하는 한식에 더 필요한 것이 둘 중 어느 쪽인지 좀 더 면밀하게 고찰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