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논현역] 덕자네 방앗간-떡/분식/한식의 미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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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고 빨간 양념 위의 차갑고 단 으깬 감자. 음, 이것은 뭔가 현대요리의 발상, 즉 차가운 것과 뜨거운 것의 공존을 접목한 분식-떡볶이의 미래인가? 놀라움과 호기심의 틈새를 뽑아낸지 얼마 안 된 것이 분명한 가래떡의 몰캉몰캉함이 부드럽고도 굵게 스치고 지나간다. 짐꾼 노릇 하느라 쫓아다녔던 새벽 방앗간에서 정말 막 압출기를 빠져 나온 떡을 입에 넣고 씹을 때의 그 감촉까지는 아닐 수 있지만 우아하다. 그러나 매운맛 양념 탓에 여운이 길지는 않다. 무엇보다 아주 천천히 음미할 만큼의 여유를 매운맛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조선닷컴의 격주 연재는 분량 등등의 이유로 개별 음식을 길게 다루지 않는 게 바람직한지라, 가능하다면 블로그에 보론을 쓰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너무나도 보편적인지라 이 떡볶이의 매운맛을 지적한다는 사실조차 기본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겠지만, 적어도 매운맛 외의 떡볶이가 제대로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 정도는 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우리는 이미 ‘떡국’이라는 문법으로 그런 음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떡국을 적당히 졸이면 결국은 매운맛이 빠진 떡볶이가 되는 게 아닐까.

애초에 문법의 명칭과 달리 조림과 찌개의 사이에서 정착한 음식이 ‘떡볶이’이니 만큼, 정체성의 핵심이 과연 매운맛인지 아니면 그런 조리의 방식인지 논의를 해볼 필요가 있다. 한편 그와 별개로 이런 수준의 떡을 소위 ‘분식집’에서 써 매운맛 한 가지의 떡볶이를 만들어 내고 있다면, 떡의 신선함에 방점을 맞춘 채로 다양한 층위와 문법의 변주가 떡볶이의 울타리 안에서 현재 충분히 가능한 상황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다만 현재는 매운맛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그런 시도가 배척당할 가능성이 높아 보일 뿐이다.

어쨌거나 떡 전체의 세계가 보관 및 보존이 사실 그렇게 편하지 않은 쌀 음식의 특성에 대한 고민을 못하고 케이크 같은 양과를 모방하고 있는 현실인데,  분식집이 이런 시도를 하고 있다면 누군가는 좀 부끄러워해야 할 것 같다. 모든 신선함 혹은 싱싱함을 추구하려는 한식 안에서의 시도가 의미 있지 않은 상황 속에서의 예외는 과연 어떤 교훈을 주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