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동] 밥 아저씨 빵집-몇 단계 건너 뛴 빵

IMG_5620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몇 년을 살면서도 밥 아저씨의 빵을 안 먹어 보았다. 그런데 요즘 밥을 먹고 바로 눕지 않기 위한 필사적 노력으로 식사 후 강제적으로 갖는 산책을 하다가 영업 중인 것을 발견하고 들어가 드디어! 두 종류의 빵을 먹어 보았다. 통밀이 80퍼센트라는 빵(8,000원)은 식빵 틀에 구워 껍데기는 단단하지 않고, 속살은 질척함과 촉촉함 사이에서 약간 아슬아슬하지만 그래도 후자에 더 가깝다. 내가 썰겠다고 덩어리째 가져왔는데 두께 등을 감안하더라도 손과 칼 보다 기계로 한꺼번에 써는 게 나아 보였다. 1.25센티미터 정도로 썰어 샌드위치에 쓴다면 괜찮은 선택일 것이다. 다만 많이 부풀지 않은 통밀빵을 식빵 틀에 넣어 구울 경우 가장 많이 솟아 오른 가운데에서 양쪽 끝 지점까지의 경사가 급해져 샌드위치의 기하학적 균형을 맞추기가 어려울 수 있다. 끝으로 갈 수록 각 조각의 크기(혹은 높이)가 너무 급하게 줄어들어 샌드위치를 제대로 만들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IMG_5625 한편 6,000원짜리 바게트는… 불균일한 기공이 꽤 그럴싸했으나 적나라하게 말해서 먹기 어려운 빵이다. 일단 껍데기가 너무 두꺼우면서도 가볍지 않은 가운데 속살도 무겁고 바게트치고는 끈적거린다. 토스터에 구우면 먹을 수 있는 시기를 잠깐 확보할 수 있겠지만 샌드위치 등에 쓰기에 좋은 빵은 아니다.

비록 두 가지만 먹어 보았지만 기술 수준에 비해 난이도 높은 빵을 만든다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늘 말하지만 언제나 자연발효종이 빵에 장점으로 작용하지 않는데 이곳에서는 특징으로 내세운다. 물론 통곡식의 함유량이 높다면 발효종을 써야하지만, 그럴 경우 감수해야 하는 신맛이 언제나 좋게 다가올 수는 없다. 더 나아가 전체의 빵 맛을 똑같이 만들어 버리는 건 아닌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가격은 ‘아티장’이지만 완성도는 그렇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