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이젠-햄이라는 옥의 티
오랜만에 지인과 홍대 앞을 어슬렁 거리며 돌아다니다 디자인이 눈에 띄어 샌드위치를 사왔다. 치즈, 햄, 햄과 치즈가 각각 1,700, 1,800, 1,900원이니 웬만하면 ‘가성비’ 같은 것을 입에 들먹을 필요는 없는 가격에 그럭저럭 먹을만한 샌드위치를 살 수 있는 것이다.
테두리를 잘라낸 식빵 두 장 사이에 햄이나 치즈 등을 끼우고 대각선으로 반 가른 뒤 그 사이에 단맛의 버터(크림)을 발라 합혔다. 의외로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빵과 식물성 지방이 아님을 강조하는 버터(크림)의 조화가 기본적으로 꽤 훌륭한 사이로 치즈는 잘 묻어 지나가는데, 햄이 걸린다. 대체로 싸구려 햄은 얇아도 질긴 데다가 특유의 들척지근함이 거슬리는 가운데 ‘스모크 후레바’까지 총력으로 맛없음에 공헌하는데, 이러한 단점이 샌드위치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버터가 짠맛 중심이었더라면 햄의 단맛을 좀 눌러 줄 수 있을 텐데 결은 다르지만 단맛이다 보니 최악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치즈-햄-햄과 치즈의 순서로 24시간에 걸쳐 먹었는데 마지막에는 햄 때문에 역할 지경이었다.
뒤집어 말하면 치즈 샌드위치라면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는 말이기는 하다. 상온에서 판매하는 것이다 보니 양이 좀 적을 수는 있지만 편의점에서 파는 것처럼 질척한 가운데 뻣뻣하지도 않고, 이 정도 가격이라면 두 개쯤 사먹어도 웬만한 연령대에는 큰 부담이 없을 것이다. 구성을 감안하면 식사로는 균형이 안 맞고, 음료와 곁들여 간식으로 좋겠는데 맛을 감안하면 단맛을 더하지 않은 따뜻한 카페라테가 가장 잘 어울리겠다. 이런저런 요소를 감안하면 ‘샌드위치계의 공차’처럼 대리점이 막 피어날 거라 예상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