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칼국수
1. 어울릴 리 없지만 하다 못해 삶은 계란이라도 하나 올려주면 안 될까. 단품 9,000원이면 싸지 않은데 끼니 음식으로의 균형이 전혀 없다. 면과 국물에 애호박과 양념 약간이 끝이다. 그렇다고 수육(35,000원)을 시키면 가격이 훌쩍 뛰어 오른다. 어느 시절에는 이런 설정으로도 충분했을 수 있지만 이젠 아니니 변화를 좀 줄 수 없을까? 만두를 두 개 넣어주고 천 원 더 받는 ‘칼만두’ 같은 메뉴가 있다면 3,000원쯤 받고 수육 몇 점 올려주는 변주도 가능할 것 같다.
2. 면과 국물에 애호박과 양념 약간이 끝이라 맛이 단조로울 수 밖에 없는데 너무나 예상 가능하게도 김치가 신맛으로 잘라주지 못한다. 특정 음식점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결국 김치 자체의 단점이라고 본다. 추가금 없는 반찬을 통으로 놓고 퍼먹는데 신맛이 날 때까지 둘 수 있을까. 한편 이런 틈을 타고 신맛 대신 마늘과 고추의 통각이 마치 잘라주는 것 같은 착각을 주는 형식으로 한국의 맛 설계는 바뀌었다고 보아도 무방하겠다.
2-1. 이쯤 되면 서랍형 김치 냉장고와 적외선 수저 살균기가 딸린 식탁이 나올 때도 됐다.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 다만 기본 상차림의 외주를 영원히 고착시키는 결과를 낳을 테니 좋은 방향은 아니다.
3. 수육은 맛 자체는 괜찮았으나 부위에 따라 질감의 편차가 좀 있었다. 어떤 조각은 좀 질기거나 퍽퍽하다는 말이다.
3-1. 김치에도 마늘이 잔뜩 들었는데 꼭 수육도 간장에 생마늘을 섞어서 찍어 먹어야 하나.
4. 그나마 애호박 고명이 훌륭했다. 그게 뭐 대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단조로운 맛 및 질감에 변화를 준다. 양이 충분치 않아서 채소라고 보긴 어려워 좀 아쉽달까. 한국에서 애호박이 많은 경우, 특히 “볶음”에서 물러 터진 곤죽으로나 소비되는 현실에서 작은 조각이나마 아삭함이 살아 있는 건 참으로 고무적이다.
5. 칼만두에 들은 만두가 맛있어서 포장해 왔는데 간이 거의 되어 있지 않았다. 조리 과정에서 재료에 더하는 간과 조리 이후에 양념으로 더하는 간은 다르다…라고 간판 앞뒤에 크게 써서 뒤집어 쓰고 샌드위치맨이 되어 거리를 누벼야 할 것 같다. 결국 김치로 간을 맞추게 되므로 소비를 줄일 수 없다고도 본다.
6. 이런 음식점들 대체로 접객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데 놀라울 정도로 친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