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코크 계피 호떡
SSG 목동점이 1월에 문을 닫은 이후 신세계가 구축하고 싶은 고급 식문화의 세계에 대해 써보겠다고 마음만 먹고 여태껏 못하고 있다. 귀찮기도 하지만 이러나 저러나 말해서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신세계가 잘못했네 나쁘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닌데 좀 그렇다.
그런 가운데 그들이 시도하는 식문화의 주도권은 결국 ‘노 브랜드’와 ‘피코크’가 머리는 둘, 다리는 셋인 말로 한편 두리번, 또 다른 한 편으로는 절뚝거리며 이끌어 나갈 것 같은데… 일단 한 축을 이루는 피코크의 일부 제품은 그럭저럭 쓸만하다. 특히 오늘 다루는 호떡이나 각종 디저트류, 즉 집에서 만들기는 귀찮거나 품이 많이 들고 난이도가 높지만 냉동 보존 및 복원이 쉬운 것들 말이다. 한편으로는 그러한 음식군이 저변을 조금이라도 넓혀줄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냉동호떡에 이야기할 구석이 뭐 있는가… 싶지만 있다. 일단 맛을 놓고 보면 딱히 못 마땅한 구석은 없다. 밀가루 반죽에 녹은 흑설탕이 들어가 있는데 멀쩡하다. 인기가 있든없든 위생을 전혀 보장 받지 못하는 노점에서 기름을 무차별로 다뤄 절어버린 가운데 뜨겁기 그지 없는 길거리 호떡보다 집에서 몇 분만에 구워서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이런 제품이 차라리 더 음식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고 결함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음식 자체만 놓고 보자면 왜 굳이 표면의 반죽이 켜켜이 떨어지도록 가공을 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켜켜이 떨어지는 반죽은 이론적으로는 훌륭하고 어떤 밀가루 음식에도 의미 있는 가공이라고 보지만, 이런 경우라면 이야기가 좀 다르다. 무엇보다 켜켜이 떨어지는 반죽 그 자체가 그다지 바삭하지 않고 딱딱해, 오히려 ‘쫄깃’의 영역에 편입되어 있는 일반 호떡의 반죽보다도 딱히 낫지 않다.
두 번째로는 포장 및 조리 방식을 지적하고 싶다. 일단 원활한 냉동보관을 위해 완벽한 개별 포장이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현재처럼 네 개 전부가 비닐로 각각 구분된 상태에서 플라스틱 컨테이너에 한데 담겨 있다면, 한 번에 네 개 다 먹지 않을 경우 보관이 좀 더 번거로와 진다. 만일 전체 포장을 냉동보관용 짚백 같은 것으로만 바꿔도 장기 보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편 프라이팬 외의 도구 혹은 기구에서도 조리가 가능한 가공 상태였으면 좋겠다. 한 개를 토스터에 구워 보았는데, 익고 안 익고를 떠나 일정 수준 이상 해동이 되면 반죽이 가운데에서부터 주저 앉기 때문에 세워서 익힐 수가 없다. 디저트라면 상관이 없지만 만일 바쁜 아침의 탄수화물 공급원으로 쓰기 위해 산다면(굉장히 유용하다), ‘팝 타르트’처럼 세워서 토스터에 금방 익힐 수 있는 물성의 반죽으로 가공되는 편이 훨씬 편하고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