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 혁명과 음식 문화의 발전
제목이 거창한데 사실은 별게 아니다. 4차 산업혁명 같은 것을 너도나도 들먹이고 있는 현실에서 과연 음식 문화는 어떤 혜택을 입을 수 있을 것인가? 블록체인 같은 것을 유통에 도입한다 어쩐다는 이야기를 듣는 가운데, 아침에 우연히 본 신문기사를 보고 다시 생각이 났다. 이런 현실에서 IT 강국이라는 한국은 모바일 주문 및 결제 시스템 같은 것을 요식업에 본격적으로 도입할 수 없는 걸까? 기사는 무전취식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여전히 ‘먹튀’가 존재하며 신경을 쓸 정도로 외상을 달아 놓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본격적인 모바일 주문 및 결제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이런 문제를 일정 수준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엄청난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다. 명동칼국수나 우래옥 본점을 생각해보자. 결제를 위해 직원이 카드를 가져가는 일종의 원시적인 모바일 주문 및 결제 시스템을 쓰고 있다. 모바일폰 결제가 가능하고 신용카드 또한 IC칩을 이용한 빠른 결제가 이제 기본으로 통용되는 현실이니 현존하는 수단을 원시적인 방법에 접목만 하는 수준에서 활용이 가능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이런 결제 시스템을 써서 혼잡한 상황에서도 단체 손님의 개별 결제가 가능할 수 있다.
한편 신사동 평양면옥에는 계산대의 운영자가 마이크를 써서 주방에 주문을 넣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나름의 특색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또한 보고 있노라면 모바일 기기 주문-결제-주방으로 주문 통보(스크린 사용) 정도의 공정으로 좀 더 단순화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런 변화가 그냥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두 가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첫 번째는 현존하는 무인 결제 시스템이다. 별도의 글을 쓸 생각인데, 패스트푸드점을 중심으로 도입되고 있는 거대한 무인 결제 키오스트는 느리고 UI도 불편하다. 과연 현재의 기술로 이런 수준 밖에 비치할 수가 없는 것인가? 그렇다면 모바일 결제 같은 것에도 희망을 품기가 어려울 수 있다.
두 번째는 요식업 여건 자체의 변화이다. 단적인 예로 공간을 들 수 있다. 신사동 평양면옥의 마이크 주문을 예로 들었는데 이곳의 공간 대부분은 좌식이다. 예를 들어 휴대용 단말기를 든 직원을 상주시켜 주문과 결제를 받는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좌식 공간에서는 사용자처럼 앉아 있기도 어렵고, 또한 서 있자니 그 자체로 불편함을 자아낼 가능성도 높다. 말하자면 현재의 여건에 무작정 덧씌우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말이다.
여기까지 생각하면 습관처럼 궁금해질 수 밖에 없다. 패스트푸드점에서는 무인 주문이 가능한데 왜 한식당에서는 이런 시스템의 적용을 쉽게 생각할 수 없는 것인가. 물론 모든 요식업체가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게다가 인간을 전부 몰아내고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말도 아니다. 분명히 이런 것들이 필요한 좌표가 있고 현재의 여건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는데 왜 안 되는 것이며, 또한 그런 가운데 더 거창한, 말하자면 블록체인처럼 어쩌면 당장은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는 개념을 들먹이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