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 식문화 척결

IMG_3385초복에 개고기 좀 그만 먹자고 썼더니 호응이 엄청났다. 아직도 개고기를 사랑하는 분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누가 보면 개고기가 한식의 정수인 줄 착각이라도 할 것 같다. 사실 사람들이 개고기를 그렇게 끔찍하게 사랑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장사 하루 이틀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안다고 생각하는 사안에 의견을 보태고 싶었을 것이다. 포털의 덧글이 그런 것처럼. 한편 내가 개고기를 먹지 말라고 ‘강요’라도 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던데 사실과 거리가 멀다. 내가 밖에 나가서 보신탕집을 돌아다니며 상이라도 엎었던가? 복날을 계기로 생각이나 다시 해보자고 글을 썼을 뿐이다.

말복이니 다시 한 번 이야기하자. 나의 입장은 확고하다. 단지 개고기가 문제가 아니고, 보신 식문화 자체를 척결해야 한다. 또 화를 버럭 낼 준비가 되어 있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보신 문화가 왜? 이 또한 마찬가지다. 나는 누군가의 행동을 물리적으로 제약할 생각도 계획도 없다. 생각 좀 해보자는 것이다. 게다가 내가 보신 식문화를 경멸하는 나머지 척결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입장을 밝히는 이유도 매우 간단하다. 이전에도 입이 닳도록 언급했듯, 음식에서 효능을 찾는 집착이 심해지다 못해 먹는 재미의 균형을 무너트렸기 때문이다. 아니, 뭐 언제는 균형이라는 것이 있기라도 했나? 균형을 찾는 시기가 오기는 할까? 소원하다고 보지만 문제 제기는 계속 해야만 한다.

아, 오늘이 말복이라고? 삼계탕이나 끓여 (혹은 사) 먹을까? 복날이든 뭐든 그저 가볍게 풍습 수준으로 남아 평소에 관심 기울이기를 소홀히 했던 식생활을 한 번쯤 돌아보는 기회로 기능한다면 긍정적일 수 있다. 평소에는 관심이 없지만 이런 날에 재미삼아 안 먹던 음식을 찾아 먹는 수준이라면 과격한 입장을 취하는 것도 에너지 낭비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이 그런가. 평소에 만연한, 뒤틀린 ‘약식동원’의 만트라를 강화하는 기회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가뜩이나 다양성이 부족한 한국의 식탁을 동일 메뉴로 뒤덮어 버린다. 여기에 무슨 이점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차라리 닭이든 개든 토끼든 노루든, 이제는 실생활과 멀어졌지만 단지 가족 친지 모여서 만들고 먹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에 유지하는 관습이라면 차라리 낫고 문제를 제기할 이유도 없다. 한국의 보신 문화라는 것이 그런가? 강박적인 목적의식이 확고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고, 그것이 맛과는 정반대 방향에 자리잡고 있다. 보신이 단지 재미를 좇을 기회가 아닌, 식생활 전반과 그 운영의 정신자세를 구속하는 멍에처럼 작용한다면 재고해야 봐야 한다는 말이다. 불고기나 평양냉면 같은 음식을 먹으면서도 쇠고기나 메밀의 효능에 대해 의식을 해야 하고, ‘저희 집의 육수는 보약입니다’라고 자랑스럽게 써붙인 음식점에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현실 어딘가가 잘못된 것은 아니냐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