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냉면과 매운 양념 음모론
말도 안되게 더워서 음식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답답해지는데다가 식욕도 잘 안 나니 가벼운 이야기나 해보자. 며칠 전에 바퀴 달린 에어컨을 끌고 의정부에 가서 비빔냉면을 먹고 왔다. 언제나처럼 보편 및 대중적인 한식 가운데에서는 잘 만든 것이지만 양념이 너무 많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었다. 경우마다 다르겠지만 이 냉면이라면 양념 자체의 균형은 맞는데 양이 많아서 전체의 균형은 기울어진다. 그나마 냉면을 먹으면 일반 김치는 요청하지 않는 한 내오지 않으므로 매운맛을 비롯한 양념의 복잡함이 겹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런 수준으로 미리 맛의 조화를 배려하는 경우는 드물다. 어차피 양념을 먼저 생각하는 맛내기가 한식의 주 문법이니, 웬만한 외식에서는 매운맛을 필두로 같은 표정과 밀도의 복잡한 맛이 겹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당장 맛과 경험에 미치는 영향도 그렇지만, 이런 음식을 향한 지속적인 노출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까? ‘차이니스 신드롬’처럼 확실한 듯 보이는 증세가 존재해서 이름까지 붙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매운맛 위주의 양념이 자욱한 음식을 먹으면 갈증을 비롯한 답답함이 일정 기간 동안 지속된다. 고춧가루나 고추장의 매운맛 자체도 그렇지만 중심에 두고 가세하는 다른 맛들의 세기도 그만큼 강해지기 때문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현상을 단순히 개인이 겪는 부담으로 치부하면 좋겠지만, 같은 맛내기의 문법이 거의 모든 식탁을 뒤덮은 현실이라면 좀 더 고민해볼 필요가 없다. 과연 이렇게 강한 양념 위주의 음식이 국민 전체의 ‘퍼포먼스’, 혹은 더 나아가 장기적인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까? 현대 사회에서 음식과 건강의 직접적인 관계는 소금과 지방 위주이고 좀 더 나아가봐야 당과 탄수화물 수준에서 겹친다. 실제로 인터넷을 검색해보아도 대개 염분 과다 섭취에 초점을 맞추는 수준이고, 매운맛이라면 위장 질환 정도를 언급하는 데서 그친다. 과연 이게 전부일까? 현재 통용되는 한식에서 짠맛과 단맛 또한 궁극적으로는 매운맛을 상쇄(offset)하는데 쓰인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쪽에 초점을 맞추고 장기적인 영향에 대해 연구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날씨가 덥긴한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