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센터 현대백화점] 평화옥-평화를 찾기 위한 방문
평화옥의 냉면에 대한 평화를 찾고자 무역센터 현대백화점의 매장에서도 한 사발 후루룩 먹었다. 공항과는 달리 ‘보통’이 12,000원, 사진의 ‘특’은 16,000원이다. 점원의 설명에 의하면 ‘고기도 좀 더 들어가고…’라고 한다. 맛있었느냐고? 최소한 공항에서 먹은 것보다는 나았는데, 전체적인 인상은 굳이 공항에 비유해서 미안하지만 봉피양 인천공항점이 처음 생겼을 때 먹었던 냉면의 그것과 흡사했다. 무엇보다 조미료미터가 많-이 올라가는 국물의 인상이 그러했다.
‘냉면의 품격’을 읽은 이라면 알겠지만 공항에서 먹은 평화옥의 냉면에는 점수를 주지 않았다. F(Fail)이나 I(Incomplete)의 개념이었는데, 포털 사이트에 연관 검색어로 뜰 정도로 필동면옥이나 을밀대에 대한 박한 평가에 놀라는 한편 평화옥에는 무관심한 것 같아 사실 놀랐다. 노포와 ‘미슐랭 별 두 개 셰프’의 냉면 가운데 어떤 것이 맛없을 때 더 충격적인가? 나에게는 후자이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의정부 평양면옥의 설립자 할머니의 인터뷰가 시사하듯, 노포에게는 이론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삶의 필요에 따라 경험을 연장시켜 음식을 만들어 왔기 때문에 돌아보고 이론을 정립한 뒤 실행을 가다듬어 보정 및 재적용할 기회가 없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건 그대로 이후 굉장히 유감스러운 일이 될 수 있는 가운데 (지난 주 목요일의 북토크에서 나는 ‘평양냉면이 이렇게 사랑을 받는, 중요한 음식이라면 관의 차원에서 레시피를 기록해 남기는 사업을 벌여야 한다’라는 요지의 주장을 펼쳤다. 레시피를 안 남기면 기록은 영원히 남길 수 없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럼 비법을 노출하는 거 아니냐고? 과연 ‘노포’의 ‘아우라’가 레시피로 흔들릴까…?), 나는 유학을 통한 정식 조리 교육 및 최고 수준의 인증 시스템을 획득한 실무자의 목표가 이론이 전혀 정립되지 않은 결과물 같다는 사실에 충격을 느낀다. 마치 이론이 없는 사람이 개발한 메뉴에 이론을 갖춘 사람이 브랜드만 빌려주는 느낌이랄까? 음식의 장점을 다듬고 단점을 보완하는, 한식의 미래가 걸린 체계적인 과업을 미슐랭 별 같은 걸 받은 셰프가 아니면 대체 누가 맡을 수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유명세에 따르는 책임을 느끼기가 어려운, 너무나도 평범한 음식이다.
어쨌든 그래서 못다 매긴 점수를 줘야만 한다면? 이것이 그저 어떤 식으로든 존재의 정당성을 확보한 평범한 냉면이었다면 별 두 개 반에서 세 개 정도는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슐랭 별 두개의 책임감 같은 것의 부재로 보정한다면 거기에서 별을 한 개씩 빼면 되겠다.
*사족: 참기름을 쓴 계란찜은 냉면의 맛과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