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닭꼬치의 교훈
우와, 떡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하고… 2,500원짜리 닭꼬치치고는 멀쩡했다. 아니 뭐 일단 먹을 수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 대체로 이런 음식은 재료 자체가 나빠서 못 먹게 되는 경우는 드물다. 재료가 좋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재료의 좋지 않음을 넘어서는 결점을 굳이 애를 써서 불어넣기 때문에 못 먹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말이다. 그래서 양념의 옵션을 뺀 소금구이를 주문했던 것인데… 먹을만했다.
그래서 신이 난 나머지(닭꼬치 두 개로 이미 칭타오 큰 것 한 병을 들이켰다는 사실을 고백하자) ‘델리(데리야키의 ‘청량’고추화 표기)를 주문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망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굳이 애를 써서 불어 넣은 결점 때문이었다. 물론 그것은 다름 아닌 양념. 간장과 설탕이 핵심인지라 데리야키 양념은 졸이면 일정 수준 끈적거린다. 그리고 레시피에 따라 녹말을 더해 끈적함을 한층 더 강화시키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양념은 졸이는 과정이 생략되어 있고, 다른 수단-첨가물?-로 끈적함을 불어 넣는다. 결국 양념으로서의 맛은 부족한 가운데 끈적함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 과연 이런 경우에만 접할 수 있는 끈적함일까? 나는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굳이 일본풍이 아니더라도, 한국의 양념은 대체로 전분 등을 통해 끈적함을 일단 보장하고 조리에서의 역할을 찾는다.
한편 양념이 가열의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않는다는 것 또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안 그런 곳도 있겠지만 이런 음식점에서 양념은 대체로 마지막에 막을 입히는 수준으로 적용된다. 졸이는 과정도 없지만 직접 불에 닿아 캐러멜화 등으로 맛을 발전시키는 기회를 얻지 못한다는 말이다. 돼지갈비 같은 한식 직화구이 고기는 예외일 수 있는데, 사실 이 또한 양념이 타버린다는 이유로 오래 굽지 않는다(물론 고기의 손질 방식이나 두께, 직화의 온도 등을 감안하면 과조리 당첨이니 어차피 오래 익힐 수는 없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이냐… 우리가 양념에 엄청나게 의존하지만 그 방식이 여러 켜로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원하는 맛을 내지 못하고 에너지를 비효율적으로 낭비하는 것은 아니냐 뭐 그런 것이다. 국물 음식은 대체로 묽은 편인데 한편 국물 음식이 아니면서도 양념이 개입하는 음식은 질척하지만 뜯어보면 맛이 강렬하지도 집약적이지도 않다. 점액질의 양념 덩어리를 먹고 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