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 델리카 한스-비싼 케이크의 과제
롯데호텔의 베이커리에서 피에르 가니에르 선생님의 흔적이 사라졌다. 대신 다시 델리카한스의 브랜드로 프티 가토를 파는데, 개당 1만원대인 가격이 궁금해서 몇 가지 사다 먹어보았다. 일단 잘 생겼고 잘 만들어 완성도는 좋다. 맛도 조합이나 접근은 긍정적이다. 종종 숱이 없는 가발처럼 흐트러지는 밤 줄기 대신 거의 덩어리에 가까운 뭉터기를 올려 놓은 몽블랑이나 그래도 신맛이라는 게 있는 딸기를 골라 피스타치오 크림과 조화를 이루는 딸기 다쿠아즈, 바삭한 껍데기와 푸아그라 비슷한 질감의 무스가 엮어내는 대조의 유자 타르트, 탄탄한 기본 같은 느낌을 주는 유자롤 등등이 먹는 경험의 전반전까지는 대체로 즐거웠다.
그런데 후반전에서는 경험이 다소 빠르게 곤두박질친다. 달리 말해 좀 빨리 물린다는 이야기인데, 일단 큰데다가 굉장히 두드러지는 단맛과 밀고 당길 다른 맛의 영향력이 꽤 부족하다. 그래서 결국 가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진다. 단품 케이크 한 점에 1만원대라면 어떤 선을 넘긴다고 봐야 할 텐데, 분명히 완성도는 나쁘지 않지만 최종적으로는 크기로 담판을 지으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한편 어쩔 수 없는 접근이라고 이해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맛의 설계가 아쉽다. 가격-크기-맛의 설계 세 요소가 최대한 정삼각형을 그리는 방향으로 가야 바람직할 텐데 아무래도 세 번째 변이 좀 짧고 처진다. 어디에서나 맛볼 수 있는 수준으로 처지는 건 아니고 앞으로도 요긴한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쓰일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족: 예전부터 불만인 포장 방법이 개선되었다. 내부 상자를 만들고 그 바닥에 케이크를 테이프로 붙이는 방식인데, 너무 애썼다고 인정은 할 수 있는 한편 최선은 아닌 것 같다…
마지막, 개선된 포장에 관한 줄을 읽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언제부턴가 ‘이게 어디야’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었어요. 최선은 바랄 수도 없는 탓에 차악만 고르는 것이 습관이 되었고요. 그래도 저 케이크는 그래도 이 정도가 어디냐, 보다는 좀 나은 수준인 거겠죠? 포장 방법도…?
리뉴얼전엔 자주 가서 먹었는데 저가격엔 선뜻 구매하기 어렵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