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오르에르- 쓸데없이 맛없는 케이크의 전형
아, 네.
몇 입 먹고 나니 갑자기 막막해졌다. 그렇군요. 케이크는 생긴 것보다도 맛이 없었다. 7,500원이면 그냥 공간의 입장료 쯤으로 생각하면 되는 걸까? 그러기에 공간도 딱히 큰 매력은 없었다. 계산대를 포함한 ‘홀’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은 너무 분할되어 있어 답답했고, 소위 ‘도끼다시’ 일색의 옛 건물에 들여 놓은 가구도 그다지 어울린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와 더불어 온도는 맞지만 멀건 커피를 앞에 놓고 앉아 있자니 빨리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 애초에 맛을 점의 경험으로 인식하고 만드는 음식이 맛있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기본적으로 지방이 깔릴 수 밖에 없는 케이크류라면 한층 더 가망이 없을 수 밖에 없다. 99.9%의 경우 케이크의 가치-모두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가성비”-를 크기나 켜, 부재료 등으로 메우려 애를 쓴다. 그 모든 게 전혀 없더라도 케이크는 맛있을 수 있다. 몰라서 안 만드는 것이다. 크림이나 스폰지 어느 쪽에도 어울리지 않는 딸기가 케이크보다 더 많은 ‘케이크 딸기 (이제 딸기 케이크라 불러서는 안될 것 같다)’나 무화과나 밤 같은 재료로 떡이 되어버린 빵이나 똑같다. 그나마 잘 생긴 종류로 고르기는 했지만, 이런 수준도 안되는 것들 또한 진열장에서 공간의 티켓이 되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늘 말하지만, 잘생겨도 맛있지 않을 수 있으니 못생겼으면 맛있기 어렵다.
2. 대체 언제부터 ‘꾸덕하다’가 음식의 장점을 묘사하는 형용사로 쓰이기 시작한 걸까? 특히 초콜릿 케이크에 따라 붙는 경우 말이다. 쫄깃-담백-슴슴에 이어 음식 인지부조화의 네 번째 멤버로 자리를 굳힌 것 같다. 장독대 항아리에 오래 둔 장류의 맨 윗 켜나 안 먹고 냉장고에 오래 두어 말라 비틀어진 치즈라 정도를 묘사한다면 모를까 (공통점이 보이는가?), 꾸덕하다의 자리를 억지로 만들 필요는 없다. 표준어 여부나 뜻을 아예 따져보지 않더라도, 어감 또한 입맛을 돋우지 않는다. 게다가 ‘꾸덕하다’를 애써 붙이는 음식의 실제 상태는 ‘딱딱하다’에 가깝다. 말하자면 초콜릿 케이크를 위한 쫄깃함이 꾸덕함인 것이다. 맞다, 사진의 초콜릿 케이크가 그러했다.
*사족: 케이크가 7,500원, 커피가 5,000원이라면 백 보 양보해서 가져 오는 건 소비자가 하더라도, 자리 뜰 때 빈그릇이나 쟁반만은 좀 업장에서 거둬 갔으면 좋겠다. 단가 계산에 서비스 비용은 포함이 되지 않는 걸까? 이곳처럼 좁은 2인용 탁자+탁자를 뒤덮을 만큼 크고 무거운 쟁반을 쓰는 경우라면 커피나 케이크 등을 담고 자기 자리로 가져가는 행위도 불편하기 짝이 없지만, 탁자를 그 크고 무거운 쟁반이 덮어 버리므로 음식을 옮기고 쟁반만 다시 카운터로 먼저 돌려줘야 하는 번거로움마저 겪어야 한다. 여기에 물을 셀프로, 싸구려 종이컵에 담아 마셔야 한다면? 경험은 더더욱 아름다워진다.
‘사족’에 특히 공감됩니다. 공간에 들어가고 나올때까지 전부 연결되어있는데 그것을 아는 곳도 드물고요. 안다고 해도 신경쓰지 않는 것인지. 참고할만한 책, 영화, 여행 등 직간접적인 경험이 많을텐데 참 희안해요.
저도 친구가 바로 근처에 살아서 몇번 가본 곳인데… 쇼케이스 자체가 좀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렇게 진열해 놓으면 보기는 이쁘지만… 수분 손실이 너무 커서 품질 유지가 안될텐데요… 1시간에 한판씩 팔 수 있으면 모르지만 그 정도로 크고 잘되는 가게는 또 아니라서…
테이블이 대리석으로 보이는데, 한국에선 정말 맞지 않는 세팅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겨울에는 너무나 차가워서 도저히 이용할 수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