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스의 쓸모 있게(?) 맛없는 케이크

쓸데 없이맛없는 케이크 이야기를 했으니 이번엔 ‘쓸모 있게 (대구를 이루려면 ‘쓸데 있이’여야겠지만 어감이 나쁘므로… 넘어가자) 맛없는 케이크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서울이라면 롯데 본점 지하에서 살 수 있는 옵스의 (딸기) 케이크다. ‘딸기’에 굳이 괄호를 친 이유는, 꼭대기에 올라 앉은 한 개를 빼면 실제로 케이크 안에는 딸기가 전혀 들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4,000원대에 팔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맛은? 제누아즈와 크림의 기본 조합만으로도 한없이 멀쩡하다. 오히려 딸기가 없으므로 둘 사이의 관계를 즐기기에는 더욱 무리가 없달까. 딸기의 기본적인 질감이나 한국의 딸기가 일반적으로 품고 있는 맛(세부 설명은 이미 다른 글에서 여러 번 했으므로 생략)을 감안한다면 되려 떨기의 부재가 이 케이크를 좀 더 잘 즐길 수 있는 핵심 요인일 수도 있다.

이 케이크는 단순한 배제의 결과물인 걸까? 이를테면 ‘단가를 낮추려면 딸기 케이크 코스프레만 하는 케이크를 팔자’라는 의사결정으로 설계된 걸까? 아니면 ‘한국의 딸기가 0000한 이유로 케이크에 썩 어울리지 않으니 빼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논의 과정을 거친 것일까. 잘 모르겠다.

다만 딸기 케이크라면 딸기를 터질 듯 넣고, 다른 케이크라면 가격의 틀에 맞추기 위해 켜가 갈 수록 늘어가는 현실에서 이런 케이크가 반대급부로 신선하게 다가오는 현상은 과연 먹는 이에게 이득일까, 아니면 손해일까? 그 모든, 양으로 치환되는 수적 팽창의 원동력이 ‘다르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 불거져 나오는 불안감임을 파악한다면 애초에 별 게 없는 이 케이크가 맛이 없더라도 차라리 ‘쓸모 있게’ 맛이 없어 더 의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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