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하게 맛 없는 커피 2선
오랜만에 너무나도 맛이 없어서 꼭 글로 남겨 두고 싶은 커피를 만났다. 한 잔에 고작 몇 천원을 썼지만 그런 돈을 쓴 자신을 적어도 이틀 밤낮 정도는 후회없이 미워할 수 있을 정도로 참담하게 맛이 없는 커피다. 둘을 모아서 간략히 짚고 넘어가자.
한 곳은… 그냥 특정하지 않고 넘어가겠다. 예전에 종종 가다가 어느 시점에서 그동안 참아왔던 맛없음이 폭발하면서 발을 끊은 곳이다. 추운날 근처를 돌아다니다가 그냥 가게 되었는데 심지어 발을 끊었던 시점보다 더 맛이 없다는 느낌이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곳의 손길이 개입하는 모든 단계에서 생긴 문제가 한데 뭉친 느낌’이랄까? 생두를 받아서 볶고 블렌딩하고 갈고 에스프레소 내려서 물을 부어 내는 모든 단계에서 한 잔의 커피에 맛없음을 불어 넣기 위해 온 힘을 다한 것 같은 느낌이라는 말이다. 물론 바로 마실 수 없을 정도로 뜨겁고 공간마저 춥고 편안하지 않은데다가 가격도 비싼 편이다(수치를 언급하면 특정할 수 있으므로 넘어가자). 명성이 어디에서 오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커피다.
또 한 곳은 모처 일리 커피의 에스프레소인데… 여기 또한 정말 온 힘을 다해 맛없음을 이룩하고 싶다는 욕망이 방울방울마다 빼곡이 들어찼다. 다만 한국보다 이탈리아에서 철저하게 방치 및 방기된 느낌이라서 선전포고와 함께 폭격기에 에스프레소 잔을 잔뜩 담아 공습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말도 안될 정도 쓴맛만 남아 있지만 바디라고는 전혀 없어서 한없이 얄팍한 에스프레소라는 게 가능한지 궁금하다면 일리를 찾으면 된다. 4,200원이라는 가격도 막말로 ‘빡침’에 섭섭치 않게 공헌할 것이다. 로부스타? 아니다. 이것이 과연 커피라는 식물의 씨앗을 구워 만든 음료인지 의심하게 만드는 에스프레소다.
마지막으로 사족. 물론 이보다 맛없는 커피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가운데 뭔가 헤이즐넛 이후의 커피,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커피 같은 커피를 표방하겠답시고 브랜딩과 가격 등등을 설정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총체적으로 후회하게 만들 정도로 형편없이 참담한 커피를 찾는다면 고속도로 휴게소의 엔젤리너스를 조금의 망설임 없이 권한다. 특정 휴게소의 앤젤리너스가 그 가운데서도 특히 맛이 없었던 가운데 당장 어디인지 말할 수 없는 걸 보면 나머지 앤젤리너스의 맛없음이 합심하여 기억을 뒤덮어버린 것 같다. 어떠한 이유에서 고속도로를 타든 당신의 여정을 단 한두 모금으로 철저히 망칠 만큼의 강한 위력을 지닌 커피다.
뭔가 움베르토 에코의 ‘구정물 커피’가 생각나는 글이군요.
우연찮게 블로그를 찾게되었는데 좋은 글이 많아 놀라고갑니다.
어찌보면 단순한 문젠데 좋은 커피 한잔 마시기가 쉽지가 않지요.
저도 2년정도 여기저기 유명한 로스터리 카페의 2주마다 보내주는 원두를 받아서
드립과 모카포트로 마시다가 비용과 효율이 너무 떨어지는 것 같아서
(특히 알아서 보내주는 원두가 어떨때는 너무 잘 맞고 어떨때는 손이 안가서 그냥 버려지게 되더라구요.)
동네 카페의 블렌딩 원두를 주기적으로 받아서 마시다가
결국 패드 머신을 거쳐 캡슐 머신으로 왔습니다.
그나마 캡슐도 처음엔 네스프레소를 사다가
그마저도 귀찮아서 이젠 수퍼에서 20개짜리 기계에 호환되는 jacobs 캡슐을 사다 먹습니다.
좋은 커피를 마시는건 즐거운 일이지만 예전만큼 시간과 공을 들여야하는지 회의적이에요.
반대로 카페에서 2천5백원을 주던 5천원을 주던 진짜 먹을 수 없는 커피가 나오는건 이야기가 다르죠.
최소한의 기대하는 바가 있으니까요.
전 직장에서 한동안 일리 캡슐로 커피를 많이 마셨는데
그 커피 맛있다고 좋아하는 언니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전 그래도 커피가 빠르게 많이 좋아졌다고 믿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런 커피에 대한 인내심이 없어지는 것이고요.
저도 여러원두의 맛을 경험하다보니 입맛이 까다로워지게 되고 저도 모르게 카페가면 아메리카노를 평가하게 됩니다. 커피가 너무 맛없으면 성질나고 화나죠..제가 저를 피곤하게 만든건 아닌지. 아니면 좋은걸 알아보는 재주가 생긴건지… 정말 장단점이 있어요^^
그래도 맛있는 집을 알아차릴 수 있는 보람도 잇어서 좋아요
고속도로 휴게소 엔제리너스 대목에서 제가 쓴글인줄 알았네요.
엔젤리너스는 천사같은 인내심이 없으면 마셔주기 힘든 느낌이라.. 어찌보면 적확한 네이밍이 된 브랜드라고 생각해 봅니다. 어쩌다 공짜 쿠폰이 생겨서 가면.. 주스 같은 걸 주문하게 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