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의 막국수와 2018년 한식의 과제 2선
양양에서 막국수 한 사발을 먹다가 두 가지를 생각했다. 한식의 개선을 위한 일종의 제안이다. 맞다, 이미 500쪽 넘게 관련 주제에 대해 책을 쓰기는 했다. 심지어 맨 끝에 추리고 추려 20선의 제안 또한 따로 소개했다. 하지만 그게 끝일 수는 없다. ‘한식의 품격’에서는 음식과 맛에 집중했을 뿐이고, 사실 그 밖에도 개선 과제는 얼마든지 많다. 총체적인 경험을 다만 조금이라도 낫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요소에 대해서도 좀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연말연시에 열 가지 정도 추릴 요량이었는데 막국수를 먹다가 깨달음을 얻었다. 그렇게 많이도 필요 없다. 일단 딱 두 가지만 생각해보자.
첫 번째는 제복 문화다. 제복이라는 표현 자체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 부활된 교복의 쓴맛을 보며 학교를 다닌 세대로서 사실 나도 제복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식의 세계에는 좀 더 필요하다고 믿는다. 무엇보다 요식업과 제반 서비스가 아마추어리즘의 연장선 위에 놓이지 않았음을 못박고 시작하는 몸짓으로 의미가 있다.
다만 단서를 하나 더 붙여야 한다. 제복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위계를 내포할 수 있지만, 그 기준이 성과 그로 인한 역할 편향이어서는 안된다. 사진의 막국수집은 전반적으로 깔끔했고 직원들도 거의 대부분 일종의 제복 차림이었는데 (앞치마와 머릿수건 등), 공교롭게도 차림새는 여성직원에게만 국한되어 있었다. 여성직원은 제복을 입지만 남성직원은 평상복 차림이었다는 말이다. 이는 직급에 따라 다른 제복을 입는 상황과는 좀 다르다. 규율의 제정 및 적용에 좀 더 세심해질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사실 이게 제복에 얽힌 진짜 과제다.
두 번째는 좌식으로부터의 탈피다. 물론 이는 당장 실현 가능한 사안은 아니다. 그래도 2018년인데 올해를 문제의식의 원년으로 삼아도 좋겠다. 왜 한국 식문화는 좌식을 고집하는가? 입식과 자식의 호불호를 단순한 취향의 문제라 여기고 넘기더라도 (인체공학 등등을 감안하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형식이 빚어내는 혹은 강제하는 여건을 감안하면 나는 좌식이 불편하고 따라서 열등한 식사 환경이라고 믿는다.
공공장소에서 신발을 벗는 상황도 위생 등에서 충분히 문제일 수 있지만, 그 외에도 방석 등의 관리 소홀을 비롯해 옷이나 사물의 관리 요령 부재 등도 식사의 경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본적으로 의자가 없는데 옷걸이마저 없다면 대체 겨울 같은 계절에 벗은 외투는 어디에 두어야 할까?
무엇보다 좌식 식사 공간이 기본적으로 장애인의 식사 경험을 원천봉쇄할 가능성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한식의 입지가 줄어드는 게 정말 우려된다면, 그래서 정말 한 사람이라도 더 한식을 더 먹어야 한다고 믿는다면 이제는 좌식 식사 환경에 대해 정말 진지하게 고민을 할 때라고 본다. 2000년대도 18년이나 지났다. ‘2020 원더키디’의 그 2020년도 이제 2년 밖에 남지 않았다. 한식이 좌식 식사 환경에 과감히 작별을 고할 때다.
좌식은 아주 빠르게 사라지는 중이죠. 자연스럽게 없어질 겁니다.
좌식 탈피 공감합니다. 여성 입장에서 좌식은 스커트나 스키니 입고 가면 많이 불편해서 입식 식당만 갑니다. 제가 선택권이 없을 때는 미리 식당에 전화해 좌식이면 편한 바지 입구요. 은근 스트레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