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라간 시식공감
두 가지가 궁금했다. 첫 번째는 온도. 과연 어떤 수준의 온도대로 음식이 나올 것인가. 평균을 내자면 긍정적이었다. 어차피 60인분을 한꺼번에 차려 미리 준비하는 도시락 형식인데다가 수직으로 포개지는 놋주발을 쓰므로 밥과 국의 온도는 적절했다. 당연히 펄펄 끓을 수는 없고, 그렇다고 해서 차가움에 가깝게 미지근하지도 않았다. 적어도 밥과 국은 그렇다는 말인데, 나머지 반찬은 바로 그 형식 때문에 좀 애매했다.
예를 들어 대하잣즙채는 바로 그렇게 밥과 국과 함께 수직으로 쌓여 반 밀폐된 공간에 놓여 있는 동안 차가움 또는 신선함을 잃을 수 있다. 애초에 차가운 재료로 만든 것 같지도 않았지만 다른 반찬에 비해서 덜 만족스러웠다. 무쳐놓은지 시간이 좀 지났는지, 아니면 용기 내부의 온도 때문이었는지 그도 아니면 둘 다의 조합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재료로부터 배어나온 물기가 드레싱에 섞여 있었다.
두 번째는 맛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flavor profile로, 시중에서 파는 음식과 비교할때 단맛과 매운맛, 그리고 참기름이 어느 지점에 놓여 있는지 궁금했다. 아닌 것 같으면서도 크게 다르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시중의 음식에 비해 전반적으로 간이 덜 되어 있는 것 같지만 어쨌든 단맛이 확고하고 참기름과 마늘의 여운도 짧지는 않다. 기본 다섯 가지 맛이나 각종 향신채 등의 역할을 감안하면 어쨌든 상큼함이나 신선함을 맛보기는 어렵다. 심지어 방점을 찍어주는 김치 또한 매운맛+유산균 발효로 잘라줄지언정 신선하거나 상큼하다고 분류할 수 있는 단맛을 띠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런 맥락에서 음식이 끝도 없이 나빠질 수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어느 한 구석도 딱히 불쾌하지는 않았으니 결국은 긍정적이었다. 게다가 음식 외의 경험이 훌륭했다. 일단 진행이 아주 매끄러웠으며, 넉넉하게 보장된 개인공간에서 밥을 먹는 사이 판소리 등의 공연도 30분 동안 펼쳐졌다. 전통을 특별히 믿거나 좋아하지 않더라도 총체적인 경험으로서는 굉장히 흥미로왔다. 마지막으로 포함되어 있는 경복궁의 야간개장까지 감안하면 모두가 좋아하는 ‘가성비’ 최고의 경험이라고 본다(입장료+저녁 1인 23,000원).
1609년과 1795년. 팜플렛에서 소개하는 몇 음식의 기록이 남아있는 해다. 이렇게 멀리 거슬러 올라가는 시도도 흥미롭지만, 이런 음식을 먹을 때마다 1980년대 쯤이라도 거슬러 올라가보는 시도를 민간의 영역에서 누군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닌듯 사뭇 다르고, 레시피도 그럭저럭 찾을 수 있다. 굉장히 재미있지 않을까.
사족
1. 후식은 완성도가 꽤 떨어졌지만… 여기까지.
2. 신발을 벗고 식사하는 공간이므로 부디 양말을 신어야 한다.
3. ‘미취학 아동 참가 불가’로 규정되어 있는데 6살과 7~8살의 차이가 그렇게 클까? 이것이야 말로 굉장히 좋은 교육적 경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아쉽다.
4. 왜 여성만 접객에 동원되는가…
5. 판소리 공연 후에는 반드시 앵콜을 요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