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
오늘에서야 일을 재개했다. 치통이 아니라는 진단을 받고 온 뒤 어제까지 일에 손을 전혀 대지 않았다. 물론 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아니었다. 주말과 평일을 맞바꾸면 될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주말에도 나는 집에 있는 시간 동안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일요일 새벽 2시에 주섬주섬 재활용 쓰레기를 챙겨 집을 나서면서 꼴이 참 훌륭하다고, 엘리베이터의 거울을 보면서 웃었다. 그나마 짜파게티를 끓여 먹어서 허전하지 않았다.
후회하고 있다. 8월에 모든 것을 완전히 놓고 쉬었어야만 했다. 블로그는 물론이거니와 온갖 자질구레한 일들도 전부 다 놓고, 심지어 운동마저도 쉬었어야 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알 길이 전혀 없다. 과연 그래도 되는 것일까. 나이를 먹을 수록 습관이 치고 나와 자리를 잡는다. 삶의 원동력으로서 주도권을 잡는다. 습관의 끈을 놓는 순간 삶도 주저 앉을 가능성이 높다. 그럴까봐 두렵다.
무슨 일부터 처리할까 생각하다가 일단 어설픈 멀티태스킹의 불부터 끄는 게 낫다 싶어 잎만 주섬주섬 따던 가지 하나를 완전히 쳐냈다. 날이 밝으면 석고대죄의 변을 또 써야 한다. 여름의 재가 아직도 은근히 타고 있다. 숨이 턱턱 막힌다. 타고 남은 과거의 재가 아직도 죽지 않았다. 물을 아무리 뿌려도 절대 죽지 않는 불씨가 있다. 매캐한 연기에 숨이 막힌다. 계절은 아직도 바뀌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