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동] 리틀 앤 머치-케이크와 노키즈 존
1. 케이크: 최근 리틀 앤 머치에 들렀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신제품이 궁금하기 때문이었다. ‘러시(Lush)’는 일단 레몬그라스 무스와 파인애플 콤포트, 코코넛 젤리의 조합이 이름에 굉장히 충실한 느낌이었다. 특히 속에 들어 있는 파인애플 콤포트가 좋았는데, 감싸고 있는 겉의 무스는 좀 아슬아슬했다. 비단 이 케이크의 무스 뿐만이 아니라 리틀 앤 머치의 모든 것이 나에겐 좀 아슬아슬해 보인다. 아슬아슬하게 예쁘고 아슬아슬하게 먹을만 하지만 확실히 후각적인 요소나 정확한 의도에 의해 쌓은 맛의 켜가 촘촘하게 배어 있는 케이크는 아니다. 실제로 그날 먹었던 러시 외의 나머지 케이크는 시간이 지난 다음 전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인상이 뚜렷하지 않았다. 정확하게 시각적으로 각인이 되어 오래 남는 맛은 아니다.
여기에 8,500원이라는 가격을 끼얹으면 내적갈등이 한층 더 심해진다. 내가 최종적으로 어떤 가치에 가장 많은 돈을 지불하는지 정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이것이 현재 외국인의 손을 전혀 거치지 않은 디저트로는 어쩔 수 없이 최고 수준임을 감안한다면 머릿속은 한층 더 복잡해진다. 잘 꾸미고 여유로운 공간과 친절한 접객 등을 감안하면 경험으로서 좋을 수 있지만 다른 곳에서도 완전히 패턴화 되어 드러나는 단점이 이곳의 케이크에서도 드러난다. 이 정도 가격이라면 맛의 측면에서 조금 다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걸 기대할 수도 있지 않을까? 노파심에서 덧붙이자면 재료의 짝짓기나 구성 등등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2. 노키즈 존: 다른 곳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드러나게 ‘노키즈 존’임을 선언하는 매장말이다. 가본 기억이 없다. 케이크도 궁금했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싶었다. 한참 동안 트위터에서 노키즈 존에 대한 이야기가 돌았고, 덕분에 나도 이리저리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아이를 키우지 않는 입장이다 보니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맞닥뜨리는 상태의 변화에 척수반사에 가깝게 반응할 때가 있다. 이를테면 좁고 북적거리는 음식점에서 포로로 비디오 같은 것들을 웬만한, 즉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다 들릴 정도의 음량으로 틀어 보여주는 가족이랄까. 솔직히 편하지 않다. 여러 가지 이유로 자주 가지 못하거나 돈을 많이 들여야 하는 곳이라면 더더욱 민감해진다.
그렇다고 아예 아이의 존재를 지워버리면 상황이 나아지는 걸까. 마침 내가 들렀던 시각에 초등학교 입학 전의 아이가 부모와 함께 이곳에 들른 광경을 목격했다. 가게의 입구에 명시하고는 있지만 정말 아이들의 입장을 막는지, 아니면 포장 판매의 경우에만 가게 입장이 가능한 상황인지 세부사항은 잘 모른다. 하지만 어딘가에서 내가 느낀 순간의 편안함이 어린이가 아니더라도 불편함을 줄 수 있는 존재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한 덕분이라면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어린이만 통제하면 전반적인 상황이 나아질까? 그만큼, 아니 그보다 더 통제가 안 되는 노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 장애인도 있다(최근의 라 룬 비올렛 사례를 생각해보자).
게다가 양념이나 드세지는 매운맛으로 인해 어른도 먹기 어려운 음식이 늘어나는 현실까지 감안하면 머릿속은 한층 더 복잡해진다. 밥은 어디에서 먹고 커피는 어디에서 마셔야 하는 걸까.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런 식의 규칙까지 정한 곳에서 과연 음식을 포함해 그에 맞는 총체적인 대가를 얻고는 있는 건지도 궁금하다. 달리 말해, 아이가 있든없든 노키즈 존에 발을 들인다는 대가까지 감수하고서라도 이곳의 케이크를 먹어야만 하는 걸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노키즈 존이 궁극적으로는 일종의 차별이며 그런 정책을 공개적으로 내세우는 곳에 들르는 게 명시적이든 아니든 지지의 입장을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낳는다면 소비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글의 두 번째 꼭지는 지나치게 양보적이어서 촌스럽고 저열하게 느껴집니다. 여기서도 맛에 대한 입장만은, 항상 그렇듯, 이렇게나 선명하게 표명할 수 있으시면서요.
평소에 다루시는 ‘맛’만큼이나 당연히 논란의 대상 됨직한 별도의 사안에 대해, 의견 표명하는 것에 있어선 부러 애매모호한 태도를 견지한단 걸 지적한 겁니다. 그 모호한 의견의 논리 마련으로써, 바로 연이어진 두 가지 사안의 관계짓기 과정은 당연히, 너무나도 허술하고요.
트위터에서 기척없이 조리돌림하는거야 어쩜 늘상의 일이니 실망은 왠말이고 그저 그려러니 싶기도 하다만, 이용재 씨 본인 역시 그 너머에서 리트윗 등으로 함께 동조하시고 있는 꼴을 보아하니 저열하단 인상만은 채 지워질 일 없이 오히려 짙어지네요. 아마도 더 이상의 덧글 남길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요 말미엔 썩 어울리진 않겠습니다만, 그래도 언젠간 드릴 인사였으니. 적어주시는 글들, 내어주시는 책들에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화가 나셨을까요? 사실 전 이제 리틀 앤 머치의 케이크에 크게 매력을 못 느낍니다. 그러던 차에 1. 그나마 관심 가는 신제품을 보았고 2. 트위터에서 ‘노 키즈 존’에 대해 이야기가 한참 도는 걸 보고 생각나는 바가 있어 겸사겸사 간만에 갔습니다. 만약 맛에 대한 가치 판단에 비해 노 키즈 존에 대한 제 의견이 덜 직선적으로 보인다면 그만큼 제가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맛의 평가는 간단한 문제죠. 하지만 노 키즈 존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이가 없는 사람인 저는 사실 노 키즈 존이 실행의 여부에 상관 없이 편할 수 있습니다. 제가 머무르는 동안 불편할 거리가 없다면 좋지요.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차츰 들었기 때문에 숙고하고 입장을 밝힌 것입니다. 글에 대해 글로 설명하는 게 세상에서 가장 의미 없는 일이라 생각합니다만 왜 그렇게 화가 나셨는지 헤아리기가 어려워서 입장 서술합니다. 책과 글에 대한 말씀 감사합니다.
조잡하네요.
오해 할 수 있어 다시 댓글 남깁니다. &님의 댓글 조잡하네요.
맛이야 블로그 주인장의 프로페셔널 영역에 있는 부분이고, 노키즈존 부분은 읽으면서 평소에 얼마나 생각이 많고 깊은지 느껴졌습니다. 이곳 글을 읽으면서 줄곧 느낀 점이기도 하구요. 충분히 그렇지 않은 글들이었다면 아무리 전문성을 갖추었더라도 전 계속 읽지 못했을 겁니다.
저 댓글 잘 안남기는데 눈쌀이 절로 찌푸려져서… 위의 %라는 분이야말로 남의 글 감사히 잘 읽는다면서 맘에 안드는 글 한꼭지 나왔다고 댓글 함부로 쓰는 모양새가 더더욱 저열해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