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콩국수 라면-잠재력 있는 모사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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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국수는 어떤 음식이어야 하는가. 밖에서 잘 사먹지도 않지만, 먹을 때마다 고민한다. 여름만 되면 많은 음식점에서 ‘직접 갈아 만든 콩물’을 내세우며 팔지만 이름처럼 콩만 갈았다면 맛있기가 어렵다. 고소한 맛이 있더라도 밋밋하기 일쑤며, 그나마도 찾기 어려운 곳이 많다. 호두나 잣, 하다못해 아몬드라도 좀 더해 갈아줘야 정점이 생긴다. 게다가 질감의 측면에서 걸쭉함에 높은 가치를 주다 보면 밀가루 위주의 소면이 썩 잘 묻어나지 않는다. 면 따로 국수 따로 논다. 그렇게 걸쭉한 국물이라면 설탕이든 소금이든, 잘 녹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전자가 좀 낫겠다).

차라리 풀무원 등에서 파는 콩국물을 사다가 볶은 아몬드 등을 소량 갈아서 맛을 불어 넣어 먹는데, 과연 이만큼의 수고를 들일 필요가 있는지 먹을 때마다 회의한다. 무엇보다 블렌더를 닦기란 아주 귀찮은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통을 위해 살균 등을 거쳤다면 애초에 별 표정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IMG_9162그래서 오뚜기 콩국수 라면을 보았을때 주저 없이 사다가 끓여 보았다. 콩을 갈아 만든 진짜 국물의 맛이나 신선도를 애초에 포기한다면, 이 모사품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놀랍게도 그래 보인다. 무엇보다 핵심이며 관건일 “콩국물”은 정확하게 콩국물이 아니다. 어느 팩에 들었을, 상표가 딱히 상관없는 두유의 맛과 꽤 흡사하다. 진짜 콩물보다 실제로는 더 선호하는 모사품 두유 말이다. 물에 아주 잘 녹는데, 미숫가루라는 게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음을 감안한다면 이런 게 나오지 못할 이유도 없다. 맛을 보면 눈에 안 보이는 지방이 녹아 적절한 감촉을 준다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아슬아슬하게 단맛과 짠맛을 동시에 갖춰 진짜는 아니지만 꽤 그럴듯한, 자기만의 가짜라는 느낌을 확고하게 준다. 무엇보다 표정은 뚜렷하기 때문이다. 한편 라면답게 꼬불꼬불하면서 차진 면발은 다른 맥락이라면 썩 좋아하지 않을 것 같지만, 국물과는 그럭저럭 잘 묻어난다.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이런 수준이라면 ‘농심 짜파게티-팔도 비빔면과 더불어 모사품으로서 일가를 이룬 라면 트로이카’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팔도 비빔면이 드디어 시도를 했듯, 그냥 면은 말고 스프만 따로 팔았으면 좋겠다. 맛없는 가짜 두유보다 이게 나을듯. 이렇게 긍정적이지만 어쨌든 맛을 다듬는 능력은 농심이 훨씬 나으니, 비슷한 제품을 내면 어떨지 엉뚱한 방향으로 궁금해지기도 한다.

*사족: 짜파게티가 짜왕을 저잣거리로 질질 끌고 나와 처단하는 광경을 보고 싶다.

1 Response

  1. 번사이드 says:

    대개 아몬드는 단가가 있어서, 대개 땅콩과 우유, 분유, 두부 갈은걸 섞는데가 많죠.
    나름 정직하게 한다 하는 곳들은 콩 외에 땅콩, 참깨,들깨를 씁니다. 기준이 모호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