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로] 용궁-감정에 호소하는 불균형
글쓰기가 업이라는데, 또한 새 책을 무려 44개월 만에 냈다는데 한 달에 외고 1편도 안 쓴다는 게 실화냐? 그렇다, 실화다. 물론 나의 이야기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안 쓰는 게 아니라 못 쓰는 거다. 그런 가운데 이번 달에 무려 한 편의 외고를 썼다. ‘바자’에 ‘안티 미쉐린 투어’라는 주제로 썼는데 진짜로 반 미쉐린이라기보다(예전 글 참조), 되려 허술하다고 느낀 별 세계 아랫쪽을 보충(?)하는 끼니 음식점 몇 군데를 다뤘다. ‘엄청나게 맛있다기보다 평론가로서 생각하게 만드는 곳들이다’라는 단서를 달고.
그 가운데 한 군데가 원효로의 용궁이다. 예전에 한 번 쓴 적 있는데, 최근 궁금했던 볶음밥과 요리를 먹어보러 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좋았다. 볶음밥은 밥 자체가 살짝 딱딱했지만 당근을 비롯해 전반적인 재료의 볶음 상태는 좋았다. 마찬가지로 가능한 요리 세 가지 가운데 하나인 깐쇼새우(나머지 둘은 탕수육과 잡채)도 사과 등 볶은 식물성 재료가 가장 맛있었다. 튀김도 솜씨 자체로만 보면 불만족스럽다고 말할 상태는 아니었지만 볶음밥에 들어가는 것과 같은 작은 새우를 튀김옷에 뭉쳐 놓아 바삭함이 좀 빨리 가셨다. 케첩 바탕의 소스가 그다지 흥건하지 않고 볶아서 마무리했으리라 추측되는 상태로 나왔으므로 재료의 열악함이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기름을 적극적으로 쓰는 음식으로서 소금간이 두드러져 훌륭했다.
수타면 전문을 표방하고 실제로도 좋지만 짜장이든 짬뽕이든 소스나 국물과 관계를 맺을때 완성되는 음식이다. 따라서 나머지 요소의 완성도도 중요한데 확실히 기술에 비해 재료의 균형이 떨어진다. 그래봐야 한 가지의 요리를 먹었지만 이 또한 처지가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리하여 볶음밥이 의외이자 최후의 승자 같지만 아쉬움은 가시지 않는다. 기본 메뉴인 짜장 한 그릇에 4,500원인 여건의 한계가 생각보다 크게 발목을 잡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가격대를 비롯해 좀 더 나은 여건 위에 이 기술을 풀어 넣을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궁금해진다는 말인데, 이를 뒤집으면 이젠 정말 마음이 아파서라도 더 찾아가지 못할 것 같다는 말도 된다. 기술과 재료를 비롯한 여건의 불균형이 때로 너무 크게 감정에 호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