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효모’라는 꼼수
그렇지 않아도 궁금하던 차 트위터에 도는 과학동아의 기사를 보았다. ‘세계의 토종빵’이라는 주제였는데 매우 솔직하게도 ‘한국-전통빵 없음’이라고 밝히고 있었다. 대신 ‘토종 효모’ 개발 중’이라고. 과연 먹을만한 가치가 있을까. 마침 외출 중이었으므로 서래마을 파리크라상에서 토종 효모를 썼다는 우유 식빵을 사왔다.
나 또한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미 결론은 속으로 내린지 오래였다. 이런 맥락에서 토종 효모는 큰 의미가 없다고. 왜 그럴까. 일단 전제부터 살펴보자. 효모는 공기중에 떠 다니고,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다. 포도 등을 활용해 이 효모를 채집해 밀가루를 먹여 배양하면 자연발표종이 된다. 이를 공장에서 만든 효모 대신 쓴다. 찾아보니 짐작대로 한국땅 어딘가에서 또는 한식의 상징이라 굳게 믿는 김치나 장류 누룩 등등에서 효모를 찾은 모양이다.
이는 크게 본다면 어떤 발효 식품에나 적용할 수 있는 방편이고 특히 와인의 ‘테루아’ 개념과 맞닿는다. 물론 와인의 테루아는 포도밭이나 양조장의 지형이랄지 그로 인한 미세기후(microclimate) 등과 얽혀 있지만, 그 안에 자연의 일부로 효모가 존재하므로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다. 특히 절기 등에 맞춰 포도를 경작하고 와인을 담근다는, 요즘 유행인 생역동(biodynamics)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그럼 토종 효모도 빵의 가치를 높이는데 보탬이 되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 번째는 대량생산 환경이다. 대량생산 환경 자체가 문제가 아니고 대량생산 환경 치고도 한국의 빵이 특히 맛없는 게 문제다. 공장빵은 효모나 발효종의 차원 쯤은 가볍게 초월해서 맛없어질 수 있고 파리바게트나 뚜레쥬르의 제품은 또한 그 맛없음을 초월한다. 한마디로 ‘무미’하다(운을 맞춰주기 위해 건조하기까지 하다). 이 토종 효모 식빵도 전혀 다르지 않았다. 골판지를 씹는 느낌 뒤에 시큼한 뒷맛이 남는다. 만약 소규모 개인 빵집이 연남동의 효모를 채취해 ‘연남동 힙스터 사워도우’ 같은 걸 구워 판다면 ‘ㅇㅇㅇㅈ’ 할 수 있겠다.
또한 모든 빵에 자연 발효종이 쓸모 있지 않다. 이전에 단팥빵을 놓고도 살펴본 바 있지만 지방이나 설탕 등에 많이 들어간 ‘enriched dough’에는 자연발효종의 역할이나 신맛 등이 어울리지 않는다. 놓은 산도로 일종의 선후 방어체계(선-효모를 공격하는 효소, 후-부패를 일으키는 박테리아)를 구축하는 게 자연발효종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토종 효모를 썼다는 이유로 더 비싸다. 가격을 비교해보니 같지만 일반 효모를 쓴 제품보다 1,000원 비싸 6,000원이었다. 결국 이것은 기업의 이윤을 높여주기만 하는 상술이자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 한국의 전통빵을 찾고자 한다면 차라리 콩밥이나 잡곡밥의 쌀:부재료의 개입 비율을 헤아려 김치나 장아찌 등을 소량 넣어 밀가루의 구수함이나 단맛 등과 대조를 이루는 제품을 개발하는 게 훨씬 이성적이다. 올리브 넣은 빵처럼. 이런 수단으로 맛없는 빵의 가격을 올린다니 한심하다. 현대의학이 발달한 시대에 민간요법이나 자연치유에 기대는 심리와 다를 게 있을까?
“ㅇㅇㅇㅈ”이 무엇일까요? ㅇㅇ인정 인지, 무슨 뉘앙스인지 모르겠네요.
아시네요
전통 효모로 만든 청국장향 빵! 뭐 이런거 만들면 참신함에 대한 칭찬을…
ㅇㄱㄹㅇ ㅃㅂㅋㅌ ㅂㅂㅂㄱ ㅇㅈ ㅇ? ㅇㅈ
ㅇㅅㅇa
안녕하세요 블루마스님.
곧 나오는 새 책 표지를 트위터에서 봤습니다.
“한국 음식 문화의 적폐 청산!”이라는 카피는 마스님이 하신건가요?
뭔가 요즘 유행 인 듯 한 ‘적폐청산’이라는 단어가 많이 쓰이는데 뭔가 이질감이 느껴져서요.
물론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궁금해서 이렇게 리플을 남기네요.
책은 기대하고 있어요.
이글루스때부터 올리신 글들과 ‘외식의 품격’때의 경험으로 보면
이번에 나오는 책도 매우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럼 이만. (__)
홍보 문구 등등은 편집진과 협의해서 정합니다 🙂 우려의 말씀 감사합니다.
토종효모 마케팅은 일종의 테스트 느낌이고 장기적으로는 자체 생산을 통한 원가 절감이 주 목적이 아닐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