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의 비극
며칠 전, 아침 혹은 점심을 두 번에 걸쳐 먹었다. 음식에 대한 글을 쓰면서 그래본 적이 아마 딱 한 번 있었을 것이다. 6년 쯤 전의 나파 밸리 여행이었던가. 꼭 먹어 보고 싶은 음식은 많았고 일정은 짧아서 밀어 붙였는데, 역시 굉장히 힘들었다. 이후로 절대 그렇게 먹지 않는다. 모든 취재를 위한 음식은 반드시 끼니로만 먹는다. 많이 먹어야 할 세 번이라는 말이다.
이날의 경우는 정반대였다. 첫 번째로 간 곳에서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나와서 배를 채우고자 한 군데 더 들러야만 했다. 안타깝게도 그것마저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각각의 식사에 대해 써보자. 첫 번째는 소위 ‘브런치’였다. 미리 밝히자면 거의 먹을 수 없는 상태로 음식이 나와서 남기고 나가는 것을 매니저가 물어보았고, 상태에 대해 설명한 뒤 환불 받았다.
무엇이 문제였는가. 일단 오래 걸렸다. 소위 브런치는 ‘퀵 오더’ 음식에 속한다. 빨리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의미다. 브런치가 아침+점심의 합성어임만 감안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배가 고플때 두 끼의 중간으로 먹는 음식이다. 그리고 실제로 브런치의 범주에 일반적으로 들어가는 음식들은 조리가 복잡하지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는다. 또한 양식은 주로 요소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만들기 때문에 많은 것들을 미리 준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음식을 손님이 별로 없는 시간에 시키더라도 오래 걸린다. 꼭 필요한 경우 시계로 확인하지만 설사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10분은 기본적으로 넘고 20분 이상 걸릴 때도 있다. 도저히 배가 고파서 참을 수 없는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보다 실무자가 어떤 이유에서든 음식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한 채로 접근한다고 보기에 반갑지 않다.
그리하여 20분쯤 걸려 나의 사워도우 팬케이크가 등장했다. 작고 두툼해서 난 수플레류의 팬케이크인 줄 알았다. 그러나 정반대로, 묽은 반죽(batter)이 아닌 된 반죽(dough)를 구웠는지 속의 밀도가 굉장히 높고 뻑뻑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기포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옅은 색의 겉면에서 짐작했듯 완전히 익지 않아 축축했다. 그러니까 덜 익은 밀가루 덩어리였다는 말이다. 모리나가, 심지어 오뚜기 믹스를 쓰더라도 저런 팬케이크가 나올 수는 없다.
베이킹파우더나 소다류가 아닌 효모를 쓰더라도 묽은 반죽은 같은 원리로 팽창한다. 열이 높아져 죽을 때까지 팽창해 올린다. 그래서 팬케이크는 물론 잉글리시 머핀이나 파운드 케이크도 효모를 써서 만들 수 있다. 또한 바바 오 럼의 바바도 효모로 부풀린 빵을 쓴다. 사워 도우 바탕이라고 반죽이 빡빡하거나 덜 익을 이유는 아니라는 말이다. 단순한 조리 실수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어쨌거나 익지 않았으니 먹을 수 없었다.
주인인 줄 알았으나 매니저였던 직원의 대응은 참으로 훌륭했다. 한국에서는 경험하기 쉽지 않달까. 이미 익숙할 대로 익숙해져 있기에 이런 수준이라면 환불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어차피 취재라고 생각하면 실패도 할 수 있으므로 계산하고 나올 생각이었다. 그러나 손님의 식사 상황을 주의 깊게 보고 음식을 같이 확인 한 뒤 문제를 인정해 먼저 환불을 제안했으므로 나도 더 이상 마다하지 않았다. 참고로 팬케이크의 가격은 16,000원이었고 음료 등등을 더하면 1인 최소 20,000원은 써야 하는 곳이었다.
음식의 가격은 갈수록 올라가는데 수준은 그에 맞춰 올라가지 않는다. 가장 널리 퍼져 있으며 큰 문제다. 또한 가장 대중적이고 빨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이어야 할 브런치에 가장 악용되는 경향이 있다. 실무자는 부지런히 만들고 손님은 게으르게 먹는 음식이 브런치다. 그런데 많은 곳에서 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줄 서 기다려서 먹는데 음식 자체를 아예 이해도 못하고 만들어 낸다. 무엇보다 브런치가 가정식의 연장이 아니라는 점부터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사족: 오렌지도 굳이 팬케이크에 곁들여 내고 싶다면 저렇게 썰면 안된다. 영상을 참조하시라.
진짜 이런 기사도 아니고 수필도 아닌 가비지같은 글은 심히 짜증난다. 이따위글이 뭐라고 대표기사로 잡히는지 웃긴다. 아 싫다. 소화가다 안되네 아아
ㅋㅋ 그럼 그 대표기사로 잡아준 검색엔진을 탓하든가 ㅋㅋ 한심하네 니 리플이 훨씬 가비지같다
그래서 오렌지는 어떻게 나와야하는거죠?
영상 보시면 segment 하는 법 나오는데.. (영상 제목도 “how to segment an orange”입니다)
저게 팬케이크..? 사진보고 스콘인줄 알았네.
댓글들만 봐도 한숨이 나오네요. 아직 멀었습니다.
묽은 반죽은 batter 맞는데
된 반죽은 batter가 아니라 dough라 하셔야 할 듯요
기사 운운하고 자빠진 첫 댓글은 도대체 뭘까… ㅋㅋ
정말 아직 멀었습니다 여러모로.
한국에서 브런치의 의미는 원래와는 달라서, Sex and the City에 나오는 뉴요커 여주인공 흉내내고 싶어하는 일종의 Wannabe 현상일 뿐이라서 제대로 된 식문화라고 보기도 힘들고, 그 음식 자체도 제대로 된 걸 기대할 수는 없는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