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다운타우너 버거-‘레스팅’의 중요성
‘부분의 합이 전체보다 크다’라는 말이 있는데 음식에서는 버거에 가장 잘 들어 맞는다. 기다림을 거쳐 다운타우너스의 치즈 버거(6,800원)를 받아 들었을 때, ‘셰이크섁’이 원래 이래야 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일단 비율 맞춰 제대로 조리한 느낌의 요소가 한데 어우러져 참 잘 생겼다. 버거를 놓고 텍토닉을 말한다면 웃긴다는 반응도 나오겠지만, 그만큼 구축적이면서 각 요소의 크기-두께-조리 상태-온도 등의 비례가 맞아 떨어져야 맛있는 음식도 없다.
맛도 좋았다. 쇠고기 맛이 두드러지는 패티를 중심으로 녹은 치즈의 감칠맛이랄지 베이컨의 찌르는 짠맛, 구운 양파의 단맛 등등이 각자 또렷하면서 또 잘 어우러졌다. 다만 빵에 깨가 너무 많았고(쏟아지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패티가 뜨거웠다. 한 입 베어물자 피어 올라오는 김과 이미 10분 전에 줄을 선 손님의 수를 감안하면 레스팅을 거의 전혀 하지 않는다는 인상이었다. 절반쯤 먹자 포장지에서 물이 줄줄 흘러 불편했다.
그래도 패티 한 장짜리 버거는 어느 정도 불편함을 감수하고 먹을 수 있다. 다음 번 방문에서 먹은 더블 베이컨 (11,800원)은 그 정도로 뜨거운 열원 두 장이 겹치자 맛을 제대로 보기는커녕 단순히 먹기조차 어려울 지경이었다. 버거도 빵 사이에 재료를 끼우는 샌드위치의 일종이다 보니, 온도 차이가 큰 재료를 서로 밀착시키면 물성에 변화가 일어난다. 가장 흔히 영향을 받는 게 빵으로 곤죽이 되어 버리고, 토마토나 상추 같은 채소가 만약 냉장고에서 바로 나온 것이라면 숨이 바로 죽고 물기가 맺힌다. 그리고 두 장 짜리 패티에선 조금 과장을 보태 홍수가 쏟아졌다. 버거라기보다 ‘hot mess’에 가까웠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레스팅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갓 구운 고기의 수분이 정착되려면 시간이 걸린다. 온도가 내려가야 점도도 변한다(‘중심으로 몰린 수분이 재분배 된다’라는 기존의 가설은 틀렸다고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쉬울 수는 없다. 손님은 몰리고 주방에 최소한의 면적을 할당하는 게 가게에는 이롭다. 구운 패티를 (거의) 바로 빵에 올리기가 어딘가에 잠깐 두었다가 올리는 것보다 훨씬 덜 번거롭다. ‘어셈블리 라인’을 거치는 가장 전형적인 음식이 버거임을 감안한다면, 작더라도 늘어나는 공정의 한 단계는 하루 영업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하지만 패티가 두 장이라면 처음엔 베어 물기가 어렵고, 다 먹을 때까지도 맛을 느끼기 어려울 정도의 뜨거움이라면 재고할 필요가 있다. 사실 나는 빵을 보고 애초에 레스팅 자체를 하지 않기로 설정한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 여느 버거집에서 먹을 수 있는 것보다 지방이 적게 든, ‘번’보다 단단한 ‘롤’에 가까워서 패티에서 물과 기름이 배어 나오더라도 어느 정도 흡수하면서 더 잘 버틸 수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감자 튀김 또한 거의 레스팅이 되지 않은 채로 나온다. 처음 먹었을 때 다소 눅눅해서 ‘이렇게 주문이 밀리는 상황에서 튀긴지 오래된 걸 낼 수가 없을텐데’라고 생각했는데, 정반대로 튀기자마자 바로 냈기 때문에 표면이 완전히 정착되지 않아 그런 것이었다. 정말 갓 기름에서 빠져나와 상처 받기 쉬운(vulnerable) 표면 말이다. 살펴보고자 아예 소스 등을 끼얹지 않은 채로 나오는 ‘오리지널’을 두 번째 방문에서 좀 시간을 두고 먹었는데, 역시 온도가 내려가면서 표면이 바람직할 정도로 바삭해졌다.
이 정도로 잘 만든 버거라면 정말 드물게 완성도보다 취향을 논할 수 있다. 분명 각 요소의 설정은 음식은 물론 버거를 잘 이해하고 신경 써서 조율했다는 인상을 풍긴다. 그런데 어떻게 패티를 그렇게 뜨겁게 낼 수 있을까. 그 둘 사이의 간극이 굉장히 아쉽다.
2 Responses
[…] 너무 낮아서 굳이 포스팅할 생각이 없었는데 어제 다운타우너의 리뷰를 올리고 나니 연달아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보는가? […]
[…] 언제나 통하는 진리는 아니다. 최근의 다운타우너 버거 리뷰에서도 잠깐 언급했듯 레스팅을 하지 않거나, 소금간을 제대로 하지 않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