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길] 길버트 버거-레스팅 없는 패티와 수제 버거의 비교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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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이 너무 낮아서 굳이 포스팅할 생각이 없었는데 어제 다운타우너의 리뷰를 올리고 나니 연달아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보는가? 패티 레스팅을 아예 안 시켰을 경우 번이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는지. 지인과 마감 직전에 찾았었는데, 이곳의 패티 또한 레스팅을 시키지 않아 아랫쪽 번이 거의 뭉개질 지경이었다. 물과 기름으로 번들거리는 감자 튀김도 마찬가지. 마감 직전의 시각에 가서 그런 것일까. 예전에 광화문 디타워에서 먹었던 건 오히려 패티가 좀 마른 느낌이었는데, 이건 번이 걸레가 될 정도로 축축했다.

이런 버거를 먹고 있으면 결국 세 가지 생각이 든다. 첫째, 수제버거를 팔겠다는 사람들은 한국의 맥락에서 비교 상대가 다른 업장의 수제버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 낫다. 그럼 무엇이 존재하는가? 맥도날드의 더블 쿼터 치즈 파운더다. 수제버거와 맥도날드를 비교하려 들다니 웃긴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많은 자칭 수제 버거가 더블쿼터파운더보다 못한 시스템에서 못한 완성도로 나와 비싸게 팔린다.

둘째, 그런 측면에서 수제버거에 도전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일단 맥도날드부터 전 메뉴를 섭렵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한국의 맥락에서 그렇고, 맥도날드를 카피하라는 말이 아니다. 패스트푸드 버거는 대부분 두껍지 않은 패티를 웰던으로 익힌 뒤 그 퍽퍽함을 소스로 상쇄하려 든다. 어쨌든 버거는 구축의 음식이니 그 시스템과 노하우가 완전히 만들어진 것부터 뜯어 보는 게 좋다. 그 다음에 “수제” 버거를 들여다 봐도 늦지 않다.

셋째, 같은 맥락에서 “수제” 버거의 차별점이 굳이 프랜차이즈보다 두툼한 패티여야 하는지 의문이다. 훌륭한 다운타우너 버거의 문제도 결국 패티의 레스팅이듯, 거의 유일하게 실시간 조리해야만 하는 요소가 결국 음식의 완성도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조리를 좀 더 잘 하거나 레스팅을 위한 여건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도 되지만, 뒤집어 말하면 굳이 어렵게 두툼하고 무거운 패티를 써야 반드시 수제 버거가 되지는 않는다는 의미도 된다. 2온즈(56g) 단위에서 시작해 웰던으로 익혀도 덜 뻣뻣하고 레스팅 부담이 적은 패티로도 좋은 버거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부천의 크라이치즈버거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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