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녹음 잡담
드디어-오랜만에 팟캐스트를 녹음했다. 얼마만인가. 파일을 확인하니 10개월 만이다. 다시 하겠다고 생각한지도 한참인데 실행에 옮길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혼자서 말하기’의 여건은 그렇게 쉽게 만들 수가 없다. 시간이 있다고 되는 것도 아닌데 일단 시간부터 없었다. 때로 혼자서 말하기가 한없이 우스꽝스럽다는 생각이 말을 지어내고 있는 머릿속 어딘가에서 작은 점으로 짠, 하고 모습을 드러낸다. 그때 의식하면 안된다. 그때 멈춰서도 안된다. 말을 계속 해야 한다. 그래서 우스꽝스럽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퍼져나가 머릿속을 가득 채우지 못하고 다시 푱, 하고 사라져 버린다. 글은 원래 혼자 쓰고 써야만 하는 것이므로 쓰는 도중 그런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대신 혼자 말하기의 우스꽝스러움과 흡사하면서 더 자괴감의 진폭이 크고 강한 ‘왜 하필 글인가?’라는 생각이 있다. (방금 전 이런 글을 읽었는데 왠지 결이 비슷한 구석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글을 자세하게 써보겠다.)
어쨌든 그래서, 혼자 말하기가 우스꽝스러운 시각을 피해야 한다. 언제라고 특정하기 곤란한데 하여간 그런 시각이 있다. 내가 한없이 우스운 시각, 혼자 말하는 내가 한없이 우스운 시각. 낮엔 다른 일을 하다 보면 그런 시각을 피해서 녹음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시간은 결국 주말이 아니면 나지 않는다. 정오쯤부터 여느 일요일보다 부지런히 움직여 설거지와 청소를 시작해 온갖 자질구레한 일을 끝내고 아슬아슬하게 혼자서 말하기가 우습게 들리는 시각을 피해 녹음했다. 오랜만에 녹음한 기념으로 우래옥의 김치말이를 먹고 싶다고 생각했으나 이런 날씨에 그런 음식을 먹고 돌아다닐 엄두가 나지 않아 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