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겐다즈 캐러멜 & 모찌 바이트
황폐한 한국에서 그나마 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 하겐다즈. 하지만 싸지 않다. 물론 통신사 할인이나 사은 행사 등을 통하기 쉽지만 아니라면 파인트 한 통에 9,900원이다. 내가 생각하는 적정 가격보다 적어도 1.5배는 비싸다. 그리고 그런 가격과 황폐함이 맞물려 하겐다즈는 고급 취급을 받는다. 엄밀하게 따지자면 그렇지 않다. 그냥 잘 만든 소비자용 대량 생산 아이스크림일 뿐이다.
어쨌든, 한정 제품으로 캐러멜 모찌 바이트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바로 전의 로얄 밀크티도 잘 먹었을 뿐만 아니라, 하겐다즈는 기본적으로 전 라인업이 다 먹을만하다. 고급까지는 아닌데 그렇게 인식되는 현실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일 뿐이다. 어쨌든, 애초에 별 생각 없이 편의점에 지나칠 일이 있을때 시도해볼 생각이었는데 갈 수록 이야기가 크게 들려서 궁금함도 증폭됐다. 그러나 막상 그렇게 관심이 최고조에 달했을때 집 근처의 편의점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쓸데 없는 곳을 돌아다니다가 있는지도 몰랐던 가게에서 집어왔다.
먹지 않더라도 이 아이스크림의 성패는 모찌에 달렸다는 걸 짐작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영하 몇십 도로 내려가는 아이스크림에서 소위 ‘건더기’의 존재는 굉장히 중요하고, 특히 온도와 얽힌 질감은 핵심이다. 참고로 현재의 큰 건더기 열풍은 벤 앤 제리가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창립자 가운데 ‘벤’, 즉 벤 코헨은 후각상실증(anosmia)이 심각해 음식의 맛을 보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그래서 질감에 의존하게 되었고, 그런 습관이 아이스크림의 건더기가 커지는데 영향을 미쳤고 이는 벤 앤 제리의 특징이자 인기의 비결로 자리잡았다.
냉장고에서 꺼내자마자 먹으면 아이스크림마저 딱딱해 정확한 질감을 파악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으므로, 심지어 포장지에서 언급하는 10~15분보다 좀 더 긴 20분 정도 상온에 두었다가 아이스크림을 퍼 보았다. 그래도 생각한 것 만큼 녹아 부드럽게 떠지지는 않았다. 변성전분과 트레할로스 등을 첨가했다고 밝혔듯이, 모찌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온도에 얽힌 질감에 대해 대비를 했다. 하지만 충분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아이스크림이 녹아 사라질 때 같은 비율로 씹어 없어지기를 바라는 건 지나치겠지만, 사실은 그 지점이 되어서야 모찌를 씹을 수 있게 된다. 말하자면 아이스크림이 입 안에서 녹아 사라지면서 남는 그 지방과 설탕(과 침)의 막이 모찌에 맛을 한 켜 더 입힌다. 모찌는 정확하게 쫄깃하거나 또 부드럽지 않은 지점에 놓여 있으면서 또한 썩 달지도 않다. 떡보다 젤리, 또는 얼은 한천의 질감에 가깝다. 결국 맛의 핵심은 일정 비율 이상 캐러멜 아이스크림이 쥐고 있다.
정육면체의 모찌는 아이스크림의 표면에 대부분 몰려 있다. 따라서 수직으로 파내려가면서 먹으면 모찌의 유무에 따른 맛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 ‘내가 한정판을 먹는다’라는 기분은 물론 모찌가 주지만, 파내려가며 모찌로부터 자유로와지기 시작하면 아주 특색은 없을지언정 맛 자체로는 더 나은 아이스크림을 즐길 수 있다. 진짜로 일본의 모찌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면 사실 이것보다 더 부드러울 수 있다. 물론 겉을 둘러싸고 있지만 소위 ‘찰떡 아이스’의 질감도 이것과는 사뭇 다르다. 그렇다면 이 질감은 과연 정확하게 의도를 반영한 것일까? 난 차라리 찹쌀풀 같은 질감을 스카치아텔라처럼 아이스크림 전체에 소용돌이(swirl)로 스며 넣는 쪽이 좀 더 좋지 않았을까 본다. 실행이 불가능하리라 보지 않는다. 이가 좀 아프다.
쉽게 녹도록 표면에 몰렸나보네요. 원산지 프랑스에 깜짝 놀라 찾아봤는데 실제로 프랑스에 공장이 있군요; 몰랐던 사실…
그렇더라고요. 미국 브랜드인데 한국에 들어오는 건 프랑스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