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강
빵을 산 뒤엔 강을 건너 집에 오는 걸 좋아한다. 사실 그럼 강을 두 번 건너야 한다. 어차피 집도 강의 남쪽이니까. 물론 비효율적인데 강남쪽에 내려 갈때는 9호선을 타지만, 딱히 바쁘지 않다면 올라올 때도 타고 싶지는 않다. 9호선은 심지어 러시아워가 아닐 때도 뭔가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좁고 짧기 때문인가, 강박처럼 급행을 반드시 타야 되겠다고 서두르기 때문인가. 뭐 하여간 그렇다.
서울 살면서 *나름* 매력적인 요소 하나를 꼽으라면 강을 건너는 버스다. 내려가는 것보다는 올라오는 걸 좋아한다. 요즘 가장 좋은 코스는 메종 엠오를 들렀다가 타는 406번이다. 정류장이 아주 가깝지는 않지만 걷기 싫어서 안 탈 정도로 멀지는 않다. 다만 배차 간격이 조금 뜸한 건 단점이다. 구-신반포를 거쳐 복잡한 고속터미널로 본격적으로 들어가지 않고 바로 앞에서 꺾어 반포대교를 타고 이태원으로 넘어가는 노선도 좋다. 을지로입구에서 지하철을 타려면 영플라자 앞에서 내려야 하지만, 대개 3호터널 지나자마자 내려서 조금 걷는다.
오늘은 가로수길에서 출발했는데 아무 생각이 없어서 신사동 사거리를 지나 한참 고개를 올라와서 무엇인가를 탔다. 생각을 했다면 아마 현대고등학교에서 472를 타는 게 현명한 선택이였으리라. 명동성당 뒷쪽에서 내려 걸으면 되는데 이쪽 노선은 터널에서 정류장까지도 꽤 멀고 막힐 수도 있으며 명동을 걸어 내려오기 또한 그다지 유쾌하지 않을 수도 있다. 유일한 장점은 명동성당 성물방에 들러 소시지를 살 수 있다는 점?
이 모든 것의 핵심은 두 가지다. 지루하지 않도록 대중교통 섞어 타기와 사이사이 적당히 걸어주기다. 서울은 한 가지를 조금만 오래 해도 금세 피로해지는 도시니까 효율만을 택해야 하는 상황-자주 있지만-이 아닌 경우엔 적절히 섞어 줘야 한다.
406번은 정말 배차간격이 들쭉날쭉하죠. 아마 반포대교를 건널 겁니다.
저는 반포에서 362번을 타고 대방역이나 여의도역 가기, 반포에서 3012번을 타고 이촌동 쪽으로 올라가는 코스도 좋아합니다. 버스가 복잡하지 않아 좋습니다. 이촌동에서 이촌역까지 금방이고, 4호선이나 경의중앙선의 힘을 빌립니다.
네, 반포였죠; 말씀하시는 노선도 시도해보겠습니다 🙂
잘 찍으셧네요. 원래 맛있는 빵인데 결이 촘촘하게 더 맛있게 보여요. 디저트카페 밑에 있어서 갓던 곳인데 찍으신 사진보고 오늘 삘 받아서 갈거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