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못 버는 글
우체국을 가는데 웃음이 났다. 일종의 자괴감 배인 웃음이었다. 돈 벌려고 쓰는 글로도 돈을 못 벌고 있는 판국에 돈 못 버는 글은 또 왜 쓴 건가. 변명하자면 나도 쓸 생각이 없었다. 기록하려고 프로그램을 열어보니 작년엔 안 썼고, 재작년엔 뭔가 했는지 기록은 남아 있지만 기억은 전혀 없다. 폴더를 열어보면 알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하여간, 정말 쓸 생각이 없었다. 그냥 몇 년 동안 가지고만 있던 아이디어가 하나 있었는데 비슷한 주제로 외고를 하나 썼다가 어느 날 누군가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저절로 살이 붙었다. 그럼 써야 된다. 그때부터 쓰고 안 쓰고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사안이 되어 버리니까. 그래서 하루에 30분에 10장씩 쪼개서 썼다. 헤아려 보니 7시간 30분 걸렸다. 그만큼 들여 원고지 80장 썼으면 나쁘지 않다. 적어도 아둔한 취미 활동으로는. 단행본은 하루 4시간에 20장 쓰기도 어렵다.
덕분에 자괴감을 크게 못 느꼈다. 글쓰기의 최대 적은 자괴감이다. 하루라도 안 느낀 날이 있을까. 자괴감의 원동력은 대개 욕망이다. ‘왜 하필/굳이 글쓰기를 원하는가?’라는 질문이 사람을 언제나 괴롭힌다. 써도 괴롭고 안 쓰면 더 괴롭다.
뭔가 어떻게 될 거라 바라지도 않고, 쓰고 그냥 잊는데 올해는 나중에 블로그에 올릴까 생각 중이다. 지난 10년 동안 틈 날때마다 써온 것 중에 가장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