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삼역] 우동명가 기리야마 본진-인상적인 두 가지
사실 이 가게는 강남역 화장실 살인 사건 시기, 즉 5월에 갔다. 당시 나는 휴가로 배수진을 쳐 놓은 단행본 탈고를 사흘 앞두고 초압박 상태에 놓여 있었는데, 마음이 너무나도 아파 꽃이라도 두고 와야 되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집을 나와 흰 꽃 위주의 작은 다발을 들고 강남역으로 향했다.
마음이 아파 그냥 스쳐 지나가듯 꽃을 놓고, 마침 점심 때라 잠시 생각 끝에 기리야마 우동으로 향했다. 상호는 잘 기억나지 않는 상태였는데, 페이스북에서 종종 보았던 글+강남역 근처의 우동집으로 어찌어찌 검색해서 찾아갔다. 크게 두 가지가 인상적이었다.
첫째, 나는 페이스북의 글이나 매체 기사 등을 통해 외교관 출신이 *직접* 우동을 만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커리어 체인저로 넘쳐가는 한국이다. 웬만해서 당신의 ‘뫄뫄하다 무작정 때려치고 솨솨에 새롭게 도전하는 이야기’는 이제 웬만해서 전혀 새롭지 않다. 그러나 40대의 외교관이 우동을 직접 뽑는다면 그건 여전히 새로울 수 있다. 하여간 그렇게 이해하고 갔는데 아니었다. 페이스북 글의 주인일 거라 믿는 분은 매장 한쪽에 앉아서 컴퓨터를 보고 계셨다. 의도적으로 그렇게 홍보했네 뭐 그런 이야기가 아니고, 쏟아져 나오는 이야기를 자꾸 듣다 보면 그렇게 쏠리게 된다는 말이다.
둘째, 우동과 스시, 튀김이 함께 나오는 정식류를 시키고는 맥주도 주문했다. 튀김이 딸려 나오기도 했지만, 예의 그 페이스북 글 가운데 생맥주 관리에 대한 글을 가장 인상 깊게 읽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신선함이 생명이고 신선함은 관리에서 나온다고 하니까. 그래서 직원에게 주문을 했는데, 기계 근처에서 잠시 모른다는 제스쳐를 보였고 곧 컴퓨터를 보다 말고 사장님이 오셨다. 점심 때는 몇 잔 팔지 나가지 않을 텐데 기계를 켜 놓기 뭐해서 생맥주 자체를 아예 팔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나는 정말 이곳의 맥주가 궁금했다.
셋째, 음식은 나쁘다고 볼 수 없었지만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2만원 대였을 가격에 착각하기 쉬운 커리어 체인저의 스토리까지 끼얹는다면 굳이 찾아가 먹을 필요는 없다는 결론을 어렵지 않게 내릴 수 있는 수준이다. 게다가 홀이 많은 내부를 보건대 이런 점심 메뉴와 손님보다 주 고객층은 저녁의 요리 및 접대 손님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여간 이래저래 *재미있는* 가게였다. 6개월도 더 지난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다가 결국 글을 쓰게 만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