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산동] 강구막회-미식가의 일관성
가만, 왜 강구막회 리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지? 그래도 올해 가기 전엔 꼭 들러야 되겠다는 일념으로 최근 들렀는데, 사장님께서 갑자기 편찮으셔서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불현듯 생각이 났다. 지난 몇 년 간 이곳을 꾸준히 가면서도 글은 단 한 번도 쓴 적이 없다. 정말 오랜만의 방문이었고 사장님이 안 계신 가운데서도 전과 다른 없이 수준 높은 음식(=훌륭한 재료)를 먹고 돌아오며, 인지도와 상관 없이 강구막회야 말로 ‘숨은 맛집’이라는 생각을 했다.
족히 6-7년은 되지 않았을까. 하여간 박찬일 셰프에게 이것저것 많이 배우던 시절 결정타가 이곳이었다. 라 꼼마 영업 끝나고 택시를 타고 갔는데, 어딘지도 모를 정도로 멀었다. 홍대면 그래도 강 아랫쪽인데, 거기에서도 한참을 내려가야 한다니. 언젠가는 수원의 길목으로 자주 써먹었던 구로 일대건만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았다. 그리고도 번화가가 아닌, 모텔 골목의 좌식 식당. 두려움까지는 과장이겠지만 꽤 생소했다.
게다가 난 그때까지 과메기를 먹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여기 가자니까 표정이 썩 밝지 않았구만. 그가 말했었다. 하지만 바로 그 과메기를 입에 넣자마자 음식에 대한 의심은 눈 녹듯 사라졌다. 심지어 한 번에 갈 수 있는 버스 노선이 있는 동네에 살면서도 거리의 압박을 느껴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게다가 평일에도 술 위주 장사를 안 해 일찍 닫고, 일요일에도 안 연다), 만족 못하고 돌아온 적이 없다. 언제나 ‘왜 더 자주 찾아오지 못할까’라는 생각을 할 뿐.
가끔 그런 실무자들을 발견한다. 음식 또는 먹기를 아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아니, 파는데 좋아하지 않겠느냐고? 그렇지 않아도 생각한다. 무엇이든 일이 되면 찌들어 버린다. 심지어 원래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업으로 삼는다면 싫어질 가능성이 아주 높다. 덕업일치를 경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말하자면 음식을 팔면서 흥미도 잃지 않고 계속 찾아 다니며 먹거나 새로운 걸 시도하는 이들은 흔치 않다.
이런 사람들의 음식이 그나마 이 황폐한 현실 속에서 희망의 불꽃 같은 역할을 한다. 아직도 리뷰를 못하고 있지만 의정부 전주곰탕이 그렇고, 아마도 강구막회가 더할 것이다. 책을 낸 적도 있는 미식가로서 남이 만드는 음식에 품고 있는 기준을 그대로 자신의 것에도 엄정하게 적용한다. 그래서 말했듯 여기만큼 수준이 일정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 드물다. 각 방문이 그렇고 서로 다른 재료로 이루어진 음식이 그렇다.
사실 극단적인 한식이 그렇듯 이곳의 음식도 정확하게는 재료의 나열에 굉장히 치우치는데, 단지 ‘살려 놓은 것의 신선함’이 아닌, ‘관리가 잘 된 죽은 것의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말하자면 가게 앞에 널린 수조에서 졸고 있다가 전시용 목숨을 눈앞에서 날리고 식탁에 오르는 신선함이 아니라는 말이다. 비단 생선 등 주재료만 그런 게 아니라, 마늘이나 파부터 쌈채소에 이르는 보조재료까지 일관적으로 높은 수준을 과시한다. 웬만큼 신경 쓴다는 소비자도 소매경로로 얻지 못하는, 믿음 바탕의 도매 거래선에서 나오는 것들이라는 느낌이다.
게다가 적당량의 다른 재료를 조금씩 먹을 수 있는 코스 형식(과메기-가자미 막회-문어 숙회-새우/고둥 구이-찌개와 밥, 2만원대 후반)이라 같은 생선 및 부위를 거대한 접시에 펼쳐 놓고 물려가며 먹을 필요가 없다. 대동강 맥주가 수입되던 시절엔 과메기와 조합이 정말 즐거웠지만, 생각해서 들여 놓았을 클라우드도 그럭저럭 제 몫은 한다. 과메기 포장해서 건너편 모텔에서 먹는 맛이 궁금하지만 시도는 여태껏 못해보았다. 사장님의 쾌유를 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한국 들어가면 한번 같이 가요. 해산물을 먹기 좋은 계절에 가고 싶네요.
지금쯤 좋죠. 그때까지 일단 건강히 지내시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