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본점] 위고 에 빅토르-여전히 열악한 케이크
봄의 끝이었던가. 딸기 쇼트케이크를 먹었다. 8,500원이었던가. 평범할 수 밖에 없는 케이크치고는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커피를 곁들인 세트가가 11,000원이면 나쁘지 않았다. 작은 딸기에 의외로 한국에서 맛보기 쉽지 않은 상큼한 신맛을 즐기는 가운데 케이크를 둘러싼 아세테이트 테두리를 놓고 한참 생각했다. 일단 필요부터. 물론 케이크의 표면이 마르는 걸 방지하기 위한 수단이지만 진열장의 조건이나 판매량을 감안하면 필요 없을 수도 있다. 싼 케이크가 아닌데 테두리를 벗겨내면 이미 보기가 싫어지고 이는 먹기-감상에 사소하나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음은 두께였다. 벗겨서 그대로 말아 세울 수 있을 정도로 두꺼웠다. 무슨 의미일까. 이런 케이크는 소위 ‘무스링’을 써 만든다. 바닥이 없는 원형 틀을 세우고 케이크(비스퀴)를 깔고 세로로 반 가른 딸기를 둘러 세우고 크림을 채우고 뚜껑 케이크를 덮는다. 굳힌 뒤 틀을 들어 올리면 완성이다. 그런데 한꺼번에 여러 개를 만들려면 그만큼의 틀을 갖춰야 한다. 예를 들어 하루 생산량이 50개라면 무스링도 50개를 갖춰야 한다. 과연 그랬을까. 뻣뻣한 아세테이트지를 손가락으로 만지며 나는 이것 자체가 무스링의 역할을 한 것이 아닌가 의심했다. 그게 대체 무슨 상관이냐고? 위에서 말했듯 나는 여건에 따라 비닐 테두리-보호막이 아예 필요 없을 수도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무스링을 그만큼 갖춰 놓고 싶지 않아 대용품으로 아세테이트를 쓸 가능성이 있다. 물론 가설이자 추측이지만 그렇다면 8,500원짜리 케이크에 맞는 설정일까? 많이 내려간 잇몸처럼 비어 있는 딸기와 크림 사이의 틈새는 또 어떤가.
그리고 최근 초콜릿 무스 케이크를 먹었다. 이건 9,500원이었다. 한 입 넣으면 즉각적으로 맛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일단 초콜릿을 위시한 풍성함이 완전히 압도하지는 않은 채 입을 메운다. 그러나 곧 알아차리게 된다. 무스라고 하기엔 너무 뭉쳐 있을 뿐더러 조각조각 부스러지기까지 한다. 무스와 질감의 대립각을 세워야 할 다른 요소-프랄린 계열-도 숨이 너무 죽어 있었다. 마감 직전에 하나 남은 걸 샀으니 감안해야겠지만 애초에 잘 만든 케이크는 아니었다.
그나마 이 두 케이크는 멀쩡한 축에 속한다. 나머지는 심지어 잘 생기지도 않았다. 무슨 타르트에 얹힌, 시든 사과조각(사진 왼쪽)을 보고 있노라면 한숨이 나온다. 케이크 한 조각 10,000원이 코앞이다. 생긴 것도 그럴싸하고 때로 맛이 아주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그만큼 잘 생기지 않았거나 질감이 나쁘다. 재료나 매뉴얼이 보장하는 부분은 그렇다 쳐도, 사람이 완성해야 하는 부분은 여전히 열악하다. 8,000원대에 급이 다른 제품을 파는 메종 엠오가 존재하는 현실에서 이런 수준의 케이크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돈을 그만큼 내지만 생산자가 가장 중요한 사람에게 전혀 돈을 쓰지 않는 것 같아 단 케이크가 쓰다.
안녕하세요~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제가 동종업계 업주(?)입장에서 테클을 좀 걸어 보면
1. 무스링은 수백개가 있을겁니다. 연매출 백억단위의 주방이 아닌이상 무스 케이크는 매일 하는
작업이 아닙니다. 보통 냉동상태로 잘 보관되기 때문에 무스링을 끼운채로 냉동하기 마련이고
(재 냉동은 아무래도 무스의 분리현상이 나기 때문에 당일 사용할게 아니라면 무스링 제거를 위해
해동하기는 힘듭니다.) 아세테이트로 마무리해서 냉동하면 오염 때문에 깨끗하지가 않아서 불가능
할 것 같습니다.
저희 같은 소규묘 영세업장도 많이 쓰는 6cm 무스링은 200개 정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보통 중급
주방은 400~800개 작업을 해서 한달에 두세번 작업하는게 보통 입니다.
2. 말도 안되게 두꺼운 아세테이트를 쓰는 국내에서 무스띠라고 하는것은 전부 저 재질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른 조각케이크에서 보신 OP 혹은 OPP띠지도 있지만 무스용은 왠지 두꺼운걸 써버릇 해서
습관적으로 쓰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업자들도 아세테이트 띠지 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PET 재질 입니다.
3. 국내 제작 쇼케이스는 습도 조절이 되지 않습니다. 옆나라 일본은 보통 쇼케이스 안쪽이 90% 이상의
습도를 유지 하지만 국내제작 쇼케이스는 50%~60% 오픈형은 40%이하의 습도를 유지 합니다. 그래서
모든 케이크가 띠지를 하고 있지 않으면 3~4시간을 버티기 힘듭니다. 국내의 쇼케이스 제작 업체는 영세
하고 기술력도 단순 콤프레셔 용접 조립 수준이라 어쩔 수가 없습니다.
연락처가 바뀌셨나 봅니다~ 언제 한번 놀러 오세요~ ^^;
저도 쁘띠 갸또나 조각 케이크 사 먹을 때 가장 짜증 나는 순간이 바로 저 투명 필름 벗겨내는 순간.
벗겨내는 와중에 손에 묻는 것도 짜증,
필름에 잔뜩 묻은 크림 포크로 긁어 먹어야 하는 것도 짜증,
모양 잔뜩 망가진 케이크 보는 것도 짜증.
영업하시는 분들, 이 문제 좀 해결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사 먹기가 다 싫어질 정도입니다.
Real_Blue님 말대로 국내산 쇼케이스는 꽤 문제 있더군요. 동네에서 몇정거장 떨어진 곳에 케이크집이 생겨 2개 먹어보니 맛은 먹을만한데, 케이크 시트가 너무 말라 있었습니다. 금방 만들어도 쇼케이스에 3시간만 두면 이리 뻑뻑해진다 하더군요…
쇼케이스에 디저트를 하나씩만 디스플레이 하고 있는 곳이 제가 알기로 몇 군데 있는데 그런 이유가 가장 클겁니다. 오픈과 동시에 전부 소진해버릴 정도면 상관없겠지만 한 제품의 회전이 두 세 시간을 넘어가면 제품이 조금씩 마르기 시작하죠. 특히 무스같은 경우에는 더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