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현대밀면-쓴맛의 역할
애초에 글을 쓸 생각이 없었는데, 어제 산방식당 포스팅을 올리고 나니 다시 생각이 났다. 4월 경주 벚꽃 마라톤 참여하러 갔다가 먹었는데, 무엇보다 국물 뒤에서 뚜렷하게 올라오는 쓴맛이 인상적이었다. 한편 생강 같기도 하고, 한약재라는 생각도 해봤는데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다. 어쨌든 너무 두드러지지 않나 싶다가도 음식의 균형을 훌륭하게 잡아주었다. 한 그릇 6,000원이니 사실 제주도의 것보다 더 싼 음식이고 그렇다면 더 나은 재료로 만들 거라는 보장은 전혀 없다. 국물 또한 마찬가지일텐데 쓴맛 덕분에 흥미로울 정도로 인상이 다른 음식이어서 새삼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종종 약식동원의 (그릇된) 신념 아래 한방 재료를 적극적으로 쓴 음식들이 존재하고, 굳이 거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마치 한식의 장점인 양 내세우는 나물류는 기본적으로 쓴맛을 ‘장착’하고 있으며 말릴 경우 더 강해진다. 아니면 갓김치 같은 음식도 있다. 기본 다섯 가지 맛 가운데 쓴맛이 일종의 ‘와일드 카드’임을 감안하면 좀 더 적극적으로 쓰임새를 연구하고 활용해야 하는데 의외로 찾아보기가 어렵다. 독과 얽혀 있는 등 부정적인 맛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세기를 잘 조절하면 쓴맛은 음식의 차원을 한 단계 올려준다. 커피나 초콜릿, 와인 같은 기호 식품만 봐도 그렇다. 갈수록 강해지는 한식의 단맛을 감안하면 쓴맛의 역할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