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옥과 명동칼국수-간과하는 개선의 기회

img_4820 본 매장의 지척 거리에 청진옥의 새 매장이 생겼다. 몇 번 글도 썼지만, 그나마 서울 시내 안에서 이름값 있다는 한식 국물 음식 가운데 청진옥이 가장 낫다고 생각한다. 가서 먹어 보니 음식 맛도 크게 다를 것 없다. 하지만 새 매장이 예전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 나는 실망한다. 1인 최소 비용 10,000원의 음식점 인테리어가 기본적으로 ‘추억 팔이’ 콘셉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말하자면 본 매장과 같은 수준의 아름다움-이라고나 할 수 있을지-이 새로 지은 덕분에 새 것의 느낌을 풍길 뿐이다. 좋은 마감재를 썼을리 없으니 우아하게 세월의 흔적을 입지 않을 것이다.

소위 전통 음식점이라는 곳들은 왜 이런 수준 밖에 인테리어를 연출하지 못할까. 그나마 오래 살아 남아 사대문 안쪽, 한복판에 새로운 매장을 낼 수 있는 곳들이 “전통”과 현대의 조화에 좀 더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나마 이런 매장들이 그런 걸 시도할 수 있는 여력을 지니고 있지 않을까. 기능 위주에 체면치레식의 디자인을 입힌 수준이 말하자면 한식당의 기본으로 통하는 현실이 나는 굉장히 못마땅하다.

한편 해장국을 퍼먹으며 음식 자체의 고급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과연 이런 음식도 고급화할 수 있을까?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누가 시도할지는 모르겠다. 어떤 것이든지, 한식 국물 음식이라면 일단 국물과 건더기의 원천의 철저한 분리가 출발점이다. 국물을 낸 고기는 버리고, 그 국물에 맛으로 먹기 위한 건더기를 익힌다. 한편 청진옥의 해장국처럼 내장을 쓴다면 좀더 철저하게 손질한다.

이곳의 거무튀튀한 양을 먹을 때마다 토마스 켈러의 천엽 일화를 떠올린다. 알리니아의 그랜트 아케츠가 프렌치 런드리 근무 시절, 사흘에 걸쳐 새햐얗게 손질했다는 천엽 말이다. 재료의 초월이 무엇인지 깨달았다는 그 일화를 과연 내장이 본질인 이런 음식에서 맛볼 수 있는 때가 올까? 한편으로는 시기를 놓쳤다는 생각도 든다. 모든 세대가 이런 음식에 본능적으로 친밀감을 느끼지 않는다. 적어도 내 세대쯤에서 누군가는 시도했어야만 한다. 정식당의 트리플 해장국이 그나마 내가 먹어본 것 가운데는 재해석-고급화에 가까웠지만 굳이 삼겹살 수육이 올라갔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

img_6090최근 명동칼국수도 한 번 가보았다. 정말 오랜만이라 ‘천 년만’이라는 과장도 내부적으로는 그리 어색하지 않았다. 나에게도 명동칼국수는 정서적 가치가 큰 음식이지만, 그걸 걷어내고서라도 음식은 그럭저럭 먹을 수 있는 범위 안에 간신히 걸치고 있었다. 다만 아직도 우래옥처럼 카드를 굳이 가져가는 시스템을 고수한다는 사실엔 놀랐다. 과연 무슨 장점이 남아 있기는 한 걸까? 특유의 그 기름 잘 친 기계 같은 시스템이 여전히 잘 돌아가는 듯 보였지만, 요즘같은 시대에 과연 손님의 카드를 어디인지 모를 곳으로 가져가는 행위가 의심을 사지 않고 버틸 수 있는지도 궁금하다. 이런 시스템을 과연 전통이라 여기며 고수를 지지할 수 있을까. 칼국수나 음식맛보다 더 의구심을 불러 일으켰다. 청진옥과 마찬가지로, 대체 이런 규모의 사업체에서 시도하지 않는다면 누가 행동에 옮길 것인가. 따지고 보면 전부 자질구레할 수 있지만 이런 요소들 또한 발전되지 않는다.

2 Responses

  1. 번사이드 says:

    우래옥,명동칼국수 같은 곳은 다른 가게들을 참 곁눈질도 안하고 영업하나 봅니다.. 기울어져 가는 가게들 특징이죠~

  2. Sean Lee says:

    평소 블루마스님 글은 잘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선결제가 문제일수는 있겠으나,
    카드를 가져가는게 문제가 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외국에서 다녀본 많은 식당들도 제 카드를 가져가서 결제하고 사인하라고 가져왔던것 같고요. 거기다 요즘 세상에는 카드를 사용하면 제깍제깍 문자가 날라오는 훌륭한 시스템도 있고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