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 테일러 커피-음향과 소음

IMG_3893 그렇지 않아도 계속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제 오랜만에 교보에 갔다가 같은 제품을 보았다. 네임이라는 영국 브랜드의 스피커로 1,990,000원이다. 기억이 맞다면 테일러 커피 연남점에서 본 것과 같다(커피 뒤에 흐릿하게 보이는데, 특징이 일치한다). 혹시 몰라서 마치 사기라도 할 것처럼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 크게 차이 없다.

IMG_4686이 글의 경험 이후 테일러 커피를 다시 간 적이 없다. 그만하면 갈 만큼 갔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와중에 연남동에서 동선이 맞고 그보다 더 나은 선택도 없으며 공간에 대한 호기심도 생겨서 들어가보았다…가 꽤 시간이 걸려(15분 이상?) 나온 카페 라테를 급하게 마시고 나왔다.

소음을 견딜 수 없었다. 일단 여건이 좋아보이지 않았다. 가로와 세로의 비율이 5:1쯤 되는 직사각형 공간에 층고가 좀 높은 1층이었고, 기억이 맞다면 마감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소리가 굉장히 울렸고 시끄러웠다. 가로와 세로의 비율이 나빠 면적에 비해 좌석이 많지도 않았음을 감안한다면 정말 기이할 정도로 소음이 심했다. 그리고 한가운데에서 저 스피커가 씩씩하게 울어대고 있었다. 사람의 소음이 에워싼 가운데 저 스피커의 노래 소리가 핵으로 사람의 정수리를 두들긴달까. 2-3미터 떨어져 앉아 있었는데 베이스의 울림도 꽤 강했다.

모든 전자제품에 관심을 품지는 않는지라 어제 교보에서 우연히 볼 때까지 별 생각이 없었지만, 스피커는 직관적으로도 충동의 산물처럼 보이지 않았다. 업주(나 디자이너)의 의사결정 또는 감식안의 결과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IMG_3892과연 그 결정이 음향을 위한 것이었을까. 궁금했다. 물론 나도 음향 전문가는 아니니 답은 모른다. 그리고 굳이 넘겨 짚자면 단순한 스피커의 분산 배치만으로 음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간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디자인과 시공 단계에서 좀 더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해 보였다는 말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이 공간의 음향은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며, 현재의 해법이 최선은커녕 차선도 아님은 너무나도 확실해 보였다. 한 잔에 5,000원이 넘는 커피를 팔며, 그걸 다 마시기는데 인내심을 발휘해야 하는 환경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오디오 세계가 굉장히 넓고 네트워크를 통해 ‘스트리밍’이 되는 스피커의 세계는 또 별개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스피커인 동시에 중심을 잡는 인테리어 소품-이라기에는 큰-의 역할을 하는 물건을 골랐다면 비단 음향만을 선택한 결정은 아닐 가능성이 높은데, 그 결정으로 혜택을 입는 이는 누구일까(참고로 살짝 훑어본 이 스피커의 리뷰는 굉장히 좋다). 먹는 사람으로서 나는 확실히 아니었다. 스마트폰에 컴퓨터 스피커를 유선으로 달아 음악 트는 열악함을 고수한다면 차라리 그러려니 할 수도 있다. 결핍은 별개의 문제니까. 하지만 이곳의 상황은 그렇지도 않다. 가격을 감안하면 정확하게 ‘초단기 공간 임대업’도 아니고 분위기나 취향, 더 나아가 문화를 파는 곳이라 스스로를 ‘포지셔닝’한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나도 테일러 커피를 간다면 앉아서 수다 떨기를 목표로 삼지 않을 것이다. 더 총체적인 경험을 놓고 볼 필요가 있다.

 

1 Response

  1. Real_Blue says:

    저도 비슷한 경험을(테일러커피 사장님과) 한적이 있습니다. 단순히 장비 욕심이 들어서 매킨토시 앰프와

    로저스 스피커를 매장에 셋팅해 본적이 있습니다. 결과는 참담했죠. 이런 장비는 지향성이 너무 강해서

    스피커와 가까운 곳은 너무 날선 소리가 나고 각도를 벗어나면 배경음악의 존재를 인식하기도 힘들게

    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업장에서 BOSE사의 스피커를 쓰는 이유는 음질이 좋아서도 가격이 저렴해서도 아닙니다.

    음질도 별로이고 가격도 비싸지만 BOSE특유의 무지향성이 매장 어느 곳에서 들어도 비슷한 음량의

    배경음악을 잡아 주기 때문이죠…

    테일러 커피 사장님도 여러가지 본인 취향이 강하시고 욕심이 있으셔서 너무 무리수를 두신게 아닌가

    싶습니다.

    NAIM … 저도 가지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