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최악의 족발? 최악의 음식!
인생에서 바닥을 쳤다고 느꼈는가? 안타까운 일이지만 속단은 금물이다. 그럴때 언제나 최소한 한층 더 아래의 나락이 기다리고 있다. 음식도 인생의 일부라서 이치가 같다. ‘이게 최악의 맛없음이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언제나 다음이 기다리고 있다.
성수족발은 그런 음식이었다. 애초에 먹을 의도를 품지도 않았다. 기본적으로 ‘0대 음식’이라는 데 관심이 1도 없다. 기준이나 철학이 잘못된 음식이라면 그 안에서 순위를 매겨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아니, 그저 의미만 없다면 참으로 다행이겠다. 되려 안 그러기보다 나쁜 영향을 미친다. 도장깨기하듯 음식 자체를 먹는데 경도되어 버리니 본질적인 개선에 대해서는 생각할 수가 없어진다.
그래서 먹을 생각도 없었고 심지어 위치도 몰랐는데, 하필 근처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차를 대고 점심 거리를 찾아 두리번거리다 보니 눈 앞에 성수족발이 있었다. 토요일 이른 점심이라 손님이 적었으니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시도해보았다. 결과는 내 생애 가장 아까운 4만원이었다. 최악의 족발을 넘어서 최악의 음식이었다.
무엇보다 온도와 그에 딸린 설정이 최악이었다. 따뜻한 수준을 넘어 뜨겁고, 애초에 뜨겁게 먹으라는 의도로 만든 음식이었다. 늘 말하지만 족발은 서로 다른 부위가 아주 뚜렷하게 분리되어 있다. 껍질과 지방층 아래의 살코기다. 삼겹살 같은 고기와 마찬가지로, 이렇게 켜가 뚜렷한 부위는 두껍게 썰 수록 조리의 격차를 더 심하게 느끼게 되고 먹는 경험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온도가 낮고 이를 가급적 얇게 썰었을때 격차를 적게 느끼면서 맛있게 먹을 수 있는데, 이 족발에는 그런 고려가 전혀 없었다. 두꺼운데다가 뜨뜻하니 젤라틴 때문에 껍질끼리 달라 붙는다.젓가락으로 들어 올리면 껍질과 살코기 층이 깨끗하게 분리되어 버린다. 껍질은 질기고 이에 달라 붙으며 살코기는 결대로 쪼개진다.
이러한 불편함을 맛이 한층 더 증폭시킨다. 한마디로 ‘들척지근하다’고 하고 말기엔 불쾌함이 여느 식당의 그것보다 한 단계 위인데, 높은 온도에 한층 더 불쾌해진다. 여기에 조미료 범벅의 반찬이 가세하면 어느 순간 ‘내가 지금 이걸 왜 (돈 주고) 먹고 있지’라며 현타가 찾아오고 젓가락을 놓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음식의 맛없음에 결정타를 날리는 게 바로 접객이다. 아예 존재하지 않는 수준을 떠나, 사람을 사람 취급하겠다는 의도가 전혀 엿보이지 않는다. ‘돈 내라. 얼른 먹어라. 나가라’의 수준이다.
이런 음식이, 아니 음식이라고 할 수도 없는 무엇인가가 4만원이다. 족발 가격이 많이 올랐고 터무니 없다고 생각하지만, 4만원짜리 족발은 처음 먹어보았다. 먹는 일이 직업의 일부이므로 돈이 아깝지는 않다. 하지만 나는 이런 수준의 음식을 이런 가격에 팔겠다는 심사에는 직업을 떠나 개인의 차원에서 화가 난다. 사회가 웃기게 돌아가고 있고 모두가 크고 만만해 보이는 적을 찾아 공격하는 현실에서 정작 이런 존재들이 가장 악독하다고 믿는다. 일부러 못 만든 음식을 수준 낮은 접객에 딸려 비싸게 판다. 세상에 이보다 더 악한 일이 있을까.
이다지도 말도 안되는 음식을 먹으니 두 사람이 떠올랐다. 하나는 이글루스 시절 덧글로 서울 삼대 족발의 미덕을 설파하던 분이다. 어디였더라? 하여간 먹어볼 가치가 있다고 말씀하셨다. 둘은 옛날에 한 번씩 먹어 보았는데 좋지 않았고, 이건 그 수준을 넘어 나쁘고 또 악하다. 먹어볼 가치가 없다. 만족할만한 대답일까 모르겠다.
또 다른 하나는 내가 ‘맛없는 음식을 조롱하고 차별’한다며 일베를 들먹였던 분이다. 세 가지를 이해할 능력이 없는 이다. 첫째, 언제나 말해왔듯 내 돈 내고 내가 먹는다. 돈을 내고 비판의 권리 또한 산다. 둘째, 풍자든 빈정거림이든 나는 Sarcasm을 즐겨 쓴다. 셋째, 빈정거리고 싶다면 최소한의 애정, 다만 1%의 호감이라도 가진 음식임을 의미한다. 그걸 모르니까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자기 바닥 드러내는지도 모르고 뱉는 것이다.성수족발 같은 음식에는 빈정거리고 싶은 욕구조차 전혀 없다. 서울에 많고 많아서 또 딱히 이상할 것도 없지만 이건 한마디로 인격을 모독하는 음식이다.
많은 이들이 현재의 울타리 안에서 먹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 지점에 머무르는데 관심이 전혀 없다. 전통이라 믿는 습관 따위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존재하거나 또는 넘쳐 나거나 심지어는 인기가 많다고 해서 좋은 음식이라고 보지 않고, 학습을 통한 나의 기준에 근거해 평가한다. 그걸 이해하고 싶으면 하든가, 못하겠고 그냥 울타리 안에서 먹고 뜯고 씹고 맛보고 즐기고 순위 놀이 블로그 포스팅하는 게 좋으면 그냥 그것만 하라. 나는 내가 느낀 맛없음에 집중하며 글을 쓰기 때문에 남 특히 특정인 느낀 맛있음을 의식할 겨를이 거의 없다. 그럴 가치도 없고. 그러니 몰이해에 자꾸 조롱이니 차별 같은 ‘스킨’을 덧씌워서 들이 밀지 말고, 각자의 세계에 전념이나 하라는 말이다. 나에겐 아직 말해야 할 수많은 맛없음이 남아 있으니까.
4만원짜리 음식을 저렇게도 담아 낼 수가 있군요.
그릇은 멜라민인가요?
음식이 달아 보여요.
유명한 족발집이라고 해서 작년에 가봤는데 실망이 많았습니다.
차라리 동대문 ㅇㄱㅇㄱ 족발이 나아보이더군요.
그런데 더 안타까운 사실은 서울 3대 족발이니 유명한 족발이니 하는 곳 중에서는 여기가 꽤 낫다는 겁니다.